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26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해영.jpg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는 엄마 대신 동생 넷을 키우기 위해 남의집살이(식모)를 시작했다. 그때 그 아이의 나이는 겨우 열네 살. 그런 환경에서도 아이는 공부에 목이 말랐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 게 아니라, 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직업훈련원에 들어갔다. 배움에 목마른 소녀는 뭐든 악착같이 배웠다. 편물 기술로 전국기능대회를 휩쓸었다.

1985년에는 세계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기계편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나라 “보츠와나”로 간 때가 스물여섯 살.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아무 희망도 없는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꿈을 꾸게 하고 싶었다. 14년 동안 보츠와나 직업학교에 헌신한 그녀는 미국 나약(Nyack)대학을 거쳐 2009년 미국 컬럼비아대학 국제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한다. 주인집 창문 너머로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솟았던 '열네 살 식모'는 이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제사회복지사가 됐다.

이제 그녀는 유명강사이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은 “청춘아, 가슴 뛰는 일을 찾아라.”(서울문화사)이다. 스승인 컬럼비아대학교 ‘모이라 커튼’ 교수의 권유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커튼 교수는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그녀는 장애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미 있는 인생으로 창조해냈다.' 134㎝에서 성장을 멈춘 그녀는 굽 높이가 10㎝가량 되는 구두를 신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해영.” 지금은 밀알복지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사실 김해영 씨는 아내의 오랜 친구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전설을 일으킨 그녀는 제대로 된 학위를 받기위해 명문 뉴욕 콜롬비아대학에 지원을 했고 기적처럼 공부의 길이 열렸다. 겨울 방학을 맞이하는 성탄 즈음에는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필라델피아 우리 집에 오곤 했다. 거실에 앉아 부지런히 털실뜨개질을 하며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김해영 선교사가 그렇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을 안 것은 그녀가 한국 매스컴을 타며 그녀의 인생스토리를 상세히 들으면서 부터였다. 진주를 알아보지 못했다고나 할까?

척추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가 왼쪽보다 1인치 짧아서 늘 기울어진 채로 서 있다. 따라서 20~30m를 걸어가려면 서너번 쉬어야만 한다. 통증을 줄이려고 허리복대를 13년 동안 감고 다녔다.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공부는 엎드려서 하거나 누워서 한다. 그녀의 고통은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면이 더 컸다. “쓸모없는 딸” 그녀가 태어나자마자 들어야 했던 모진 말이었다. “가난, 고생은 다 견딜 수 있었지만 엄마가 나를 미워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집안이 불행해진 게 다 김해영 탓이라고 하며 엄마는 모질게 때리고 구박을 했다. 정말 친엄마가 맞나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녀가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는 잘못 태어났다.”였다.

“오늘까지만 살고 죽자.” 그녀의 좌우명(?)이었다. 그날이 이어져 이제 그녀는 날개를 달았다. 유명 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인, 밀알복지재단 홍보대사- 이제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채롭다. 김해영이 신앙을 가지게 된 것은 직업훈련원 시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울지 않았을 만큼 그녀의 마음은 닫혀 있었다. 직업학교에 들어갈 때 종교 난에 ‘자신교’라고 썼을 정도다. 세상에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 나를 위해 걱정해주고 내 앞날을 염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어울려 교회에 나가게 되고 결국 주님을 만나는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김해영 선교사를 보며 외치고 싶다.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당신은 천하보다 귀한 소중한 존재이다. 힘을 내자! 뜻이 있기에 태어났고 사명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이다. 견디고 이기다보면 새날은 온다. 그날들을 옛이야기처럼 흘리며 살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1.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3946
    Read More
  2.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3660
    Read More
  3.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3659
    Read More
  4.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73642
    Read More
  5.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3613
    Read More
  6.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3471
    Read More
  7.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3449
    Read More
  8.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3393
    Read More
  9.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3226
    Read More
  10.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3121
    Read More
  11.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3076
    Read More
  12.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73068
    Read More
  13.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3003
    Read More
  14.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2962
    Read More
  15.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2896
    Read More
  16.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2873
    Read More
  17.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2848
    Read More
  18.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2761
    Read More
  19.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2684
    Read More
  20. 쇼윈도우 부부 5/28/2012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부가 있다. ‘어쩜, 저런 선남선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까?’ 부러워지기까지 하는 커플이 있다. 보이는 것처럼 내면도 행복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가보다. 다가가 묻는다. “댁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Views7263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