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336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황소고집.jpg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저는 고집 없어요!”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정작 상대에게 물어보면 “저 사람 고집 때문에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고집이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정말 고집이 없는 사람은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일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대놓고 고집을 부리고, 내향적인 사람은 안보이게 특유의 고집으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사람들은 보통 “최씨”성을 가진 분들이 고집이 세다고 한다. “최 씨가 한번 앉았다 일어나면 3년 동안 풀이 안 난다.”나. 그런데 아니다. “안. 강. 최”다. ‘안씨’고집이 최고라는 말이다. ‘최씨’가 고집 센 사람이 된 것도 안씨가 “‘최씨’가 제일 고집이 세다.”고 우겨서 생겨난 말이라는 속설이 있다. 고집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살면서 고집은 필요하다. 이 말에도 ‘흥’ 저 말에도 ‘흥’하는 사람보다야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훨씬 낫다. 소위 “장인”이라는 분들의 고집은 대단하다. 전통 가구, 음식, 무형문화재의 주인공들. 그 고유의 것을 지키려는 고집은 존경스러울 만큼 눈물겹다.

문제는 쓸데없는 고집이다.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아도 될 일을 끝까지 우겨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낭패를 보고야 만다. 엄청난 폐해를 끼치고야 손을 든다. 그 고집 때문에 가정이 불안하고 공동체의 순조로운 흐름을 방해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는 두 가지 인데 하나는 “몰라서”(無知)이고, 다른 하나는 고집 때문이다. 무지로 인해 우리 민족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가? 그런데 그보다 더 큰 해악은 고집이다. 어느 정도하다말면 그만인 것을 끝까지 고집을 피우다 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배 한 척이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항해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선장의 눈앞에 밝은 불빛이 나타났다. 그대로 가다간 그 불빛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았다. 선장은 급히 무선장치로 달려가 상대편 선박에 “항로를 동쪽으로 10도 돌리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몇 초 후에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럴 수 없소. 당신들이 항로를 변경하시오.” 화가 난 선장은 다시 암호문을 보냈다. “나는 해군 함장이다. 그러니 당신이 항로를 변경하라.” 몇 초 후에 두 번째 메시지가 돌아왔다. “저는 이등수병이지만 방향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쪽이 항로를 바꿔야 합니다.” 함장은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솟아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배는 전함이다! 우리는 항로를 바꿀 수 없다! 불응하면 발포하겠다.” 그러자 퉁명스러운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기는 ‘등대’(燈臺)니까요.”

안 되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과거에는 집안마다 형제가 많았다. 우리 세대만해도 최소한 3명에서 7남매, 10남매까지 자녀를 낳았다. 형제가 많다보니 다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실로 바람 잘 날이 없을 정도로 사건사고(?)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가정에서 사회를 배우고 관계를 터득했다.어느 정도 고집을 부려야 돌아오는 것이 있고, 그 도를 벗어나면 ‘매를 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요사이는 핵가족 시대이다. 많아야 셋이고 거의 둘이나 독자 세상이다. 그러니 내 자식이 귀할 수밖에.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부모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세상이 되었다. 고집이 무서운 것은 지나치면 교만과 통하기 때문이다. 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들어가 보면‘나 정도면 이 정도의 권리나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위험한 논리가 숨어있다. 자칫 잘못하면 안하무인의 아이로 양육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아이는 외골수가 되어갈 수밖에 없고 결국 고집스러운 인격을 가지게 된다.

우유부단한 사람보다는 소신이 있는 사람이 좋다. 하지만 소신이 고집이 되고 주위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 그 고집은 접어야 한다. ‘적당한 고집’-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예술이 아닐까?


  1.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3933
    Read More
  2.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3647
    Read More
  3. 교복을 벗고 2/2/2014

    한국에 갔을 때에 일이다. 친구가 꽃게탕을 잘하는 집이 있다며 굳이 “마장역 앞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활어회는 몰라도 해물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친구의 성의가 고마워 택시에 올랐다. 가다보니 신답십리 쪽이었고 장...
    Views73640
    Read More
  4.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3639
    Read More
  5. 아버지가 이상하다 1/18/2013

    아버지는 가장이다. 가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거의 과묵했다. 지금처럼 살가운 아버지는 없었다. 아니 그때는 “아빠”가 없었다. 그냥 “아버지”였다. 얼굴표정이 항상 근엄하여 변동이 없는 분이 ...
    Views73605
    Read More
  6. 고부(姑婦) 사랑 3/15/2012

    고부갈등은 드라마의 단골소재이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부로 겪는 가족관계이기도 하다. “고부갈등은 사주팔자에도 안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멀기만 하고 먼 것 같으면서도 챙겨야만 하는 묘한 관계이다. 이런 말...
    Views73455
    Read More
  7.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3414
    Read More
  8.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3369
    Read More
  9. 부부 싸움 12/18/2012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부부를 만났다. 대화중에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두 분은 부부싸움을 안하시지요?” 두 사람이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부부싸움을 안하는 부부가 있나요? 저희도 가끔은 의견이 안 맞을 때가 있지요.” 그...
    Views73209
    Read More
  10.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8/4/2012

    칼럼 제목만 보고는 그 옛날에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듯싶다. ‘비비안리’와 ‘마론 브란도’가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 영화 말이다. 영화에는 뉴올리언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로 다른 세인물의 인생철학이 뚜렷하게 드...
    Views73106
    Read More
  11. 허풍 8/31/2011

    사역을 하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잔잔하고 진실한 성격의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때로는 ‘척’들어도 허풍 같은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구사하는 사람까지 참 다채롭다. 심리학자 ‘칼융’의 학설처럼 겉으로 드러나...
    Views73052
    Read More
  12. 건빵 1/28/2014

    나는 간식을 즐겨하는 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우직하게 세끼 식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은 입이 궁금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시장기가 돌았고 불현듯 생각 난 것이 건빵이었다. 60년대만 해도 간식은 고사하고 양식이 없어 굶주리...
    Views73050
    Read More
  13.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2994
    Read More
  14. 진중세례식  4/10/2011

    오랜만에 맡아보는 한국의 봄 냄새가 싱그럽다. 봄은 신비롭다. 신기하다. 다 죽은 것 같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살아나니 말이다. 개나리가 노오란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하더니 이내 목련이 매력이 넘치는 하이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Views72947
    Read More
  15. 나는 엄마다 2/25/2012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1년 만에 예쁜 딸이 태어났다. 얼마나 착하고 말을 잘 듣는지 가정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몇 년 만에 다시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자라며 놀이방에 맡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원장에게 &ldquo...
    Views72878
    Read More
  16. 그대 곁에 있는 사람 3/11/2013

    가정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 되는 곳이다.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꿈을 이루고 세상적인 지위를 높여가는 것도 인생에 있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귀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놓치면 안 된다. 굉장한 일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가정을 잃으면 모든 ...
    Views72873
    Read More
  17.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2823
    Read More
  18. 추억이 피어오르는 음식 10/8/2011

    사람에게 소중한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식도락(食道樂: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으로 삼는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 그 이유를 물으면 그 음식에 얽힌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늘쫑”만 보면 금새 ...
    Views72748
    Read More
  19. 풍요로운 삶 7/3/2013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에서 오갈 데 없는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던 때였다. 남루한 옷차림에 술 냄새까지 찌든 사람들이 한창 음식을 먹고 있는데 그중에 한사나이가 젓갈을 쥔 손을 치켜들며 소리를 쳤다. “삶은 무엇인가?” 갑작스럽고도 무게...
    Views72670
    Read More
  20. 쇼윈도우 부부 5/28/2012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부부가 있다. ‘어쩜, 저런 선남선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까?’ 부러워지기까지 하는 커플이 있다. 보이는 것처럼 내면도 행복했으면 좋으련만 그게 아닌가보다. 다가가 묻는다. “댁은 너무 행복하시겠어요. ...
    Views7263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