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63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9724224_orig.jpg

 

 

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동사무소 <장애인 창구>에 지적장애 자매가 일을 보고 있었다. 말은 약간 어눌했지만 친절하고도 자상하게 안내해 주었다. 밀알선교단 산하 “김포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우들을 만났다. 평소에는 주위가 산만하던 친구들이 단순 노동에 해당되는 옷걸이 제작에 집중하고 형광등 콘센트를 끼우느라 애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귀하고 아름다웠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낙방한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같은 처지에 친구들은 재수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떠거머리 20대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나는 길이 보이질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하시던 부모님도 시간이 지나며 한숨이 깊어가셨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재수는 꿈도 꾸지 못했고 70년대에 장애인들에게 선뜻 일자리를 내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취업을 위해 몇몇 곳을 찾아갔지만 장애인(당시에는 ‘불구자’)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딱지를 맞으며 내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갔다.

나는 정말 백수였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었다.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나설만한 용돈도 내게는 없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따사로운 봄볕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가끔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내 젊음은 희미하게 시들어 갔다. ‘의리’를 찾으며 서울 시내를 쏘다니던 고교 동창들의 우정도 서서히 색이 바래갔다. 딱한 내 사정을 들은 사촌형님이 취업 자리를 알선해 주었다. 하지만 찾아간 사당동 남성극장 건너편 “소금공장” 마당 근처를 서성이며 끝내 사무실 문을 열어 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또 거절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때문이었다. 담장 옆에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장애인을 눈 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훗날 나는 공교롭게도 사당동에 있는 신학대학에 입학을 한다. 학교를 오가며 버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그 “소금 공장”을 지켜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나중에는 재개발로 자취를 감추었지만 말이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 비해 능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은 나에게 너무 가혹한 세월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국도 이제는 장애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일을 하며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틈새가 많아진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SK그룹 행복나래(주)는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만든 연매출 1,250억원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다. 행복나래와 거래하고 있는 기업 중에 모자를 만들고 있는 <D사>는 장애인을 30여명이나 고용하고 있다. 직원의 장애인 비율이 70%나 된다. 한 개의 모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18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 장애인들이 한몫을 감당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한 ‘지적장애인’은 불과 몇초만에 하자(瑕疵:불량품)있는 제품을 골라내는 눈썰미를 발휘한다.

국산 밀과 쌀만을 사용해 쿠키를 만들고 있는 <W사>는 직원의 80%가량이 장애인이다. 어느새 11년의 역사를 이어온 회사(경기도 고양시)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있다. “우리는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짧지만 큰 울림을 주는 글귀이다. 이 회사는 자나깨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동료로서 동고동락하겠다는 자세를 잃지 않기 위해 이런 글을 내걸었다고 하였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기업인이 경영하는 회사를 다니는 장애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돈을 벌어도 이렇게 멋있게 버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애인들은 능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꾀를 피울 줄 모른다. 성실하다.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1. 정말 그 시절이 좋았는데 5/16/2012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
    Views71606
    Read More
  2.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2005
    Read More
  3. 젊은날의 푸르름 12/31/2011

    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
    Views74725
    Read More
  4.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35509
    Read More
  5.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81010
    Read More
  6. 전신마비 첫 치과의사

    삶에는 시련이 있다. 하지만 극한 장애가 찾아온다면 견뎌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온몸이 마비되는 경우에 말이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상황을 역전시켜 당당히 살아가는 주인공이 있다. 이규환 교수. 그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하...
    Views9323
    Read More
  7. 전신마비 장애인 6/22/2011

    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
    Views84935
    Read More
  8.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1707
    Read More
  9.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7656
    Read More
  10. 저는 휠체어 탄 여행가입니다

    장애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다. 장애인들은 내달리는 차에 올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무척이나 즐긴다. 일명 휠체어 여행가가 있다. 홍서윤. 그녀가 주인공이다. 자신을 휠체어 탄 여행가라고 소개하면 주위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란 얼굴...
    Views50520
    Read More
  11. 재미 좋으십니까? 10/3/2012

    사람들이 만나면 나누는 인사안에는 복잡한 복선이 깔려있다. 미국사람들은 만나면 “Good morning” 혹은 “How are You?”라고 묻는다. 참 여유가 있고 멋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옛날에는 주로 “밤새 안녕하셨습니까?&rdqu...
    Views79526
    Read More
  12. 장애인인 것도 안타까운데

    사람들이 아주 평범하게 여기는 것을 기적처럼 바라며 사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장애인들이다. 이 땅에는 장애를 가지고 힘겹게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통계에 의하면 인류의 10%가 장애인이라고 한다. ‘10명중에 한명’은 장애인이...
    Views58379
    Read More
  13.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 8/12/2013

    스물 한번째 밀알 사랑의 캠프가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한 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캠프장을 “아틀란타” “시카고” 밀알은 무려 20시간을 달려 참석을 한다. 그렇게 21년 동안...
    Views66764
    Read More
  14. 장애인이 주인인 기업 9/23/2012

    장애인들이 아무 차별 없이 취업을 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세상. 그래서 장애가 전혀 인생살이에 장애가 안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밀알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2010년 가을. 8년 만에 한국에 나가서 놀란 것은 곳곳에 장애를 가진 분들이 일을 하고...
    Views66355
    Read More
  15.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4399
    Read More
  16.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1224
    Read More
  17. 장애인은 아름답습니다 3/8/2014

    한국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만들어 준 영화가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은 그해 여름에 열린 대종상 영화제 7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게 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한국 사...
    Views64430
    Read More
  18.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어느새 27회를 맞이한 밀알 사랑의 캠프(25일~27일)가 막을 내렸다. 실로 역동적인 캠프였다. 마지막 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눈물을 가득 담고 곳곳을 응시하며 다녀야 했다. 철없는 10대 Youth 친구들이 장애아동들을 돌보는 모습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오기 ...
    Views33128
    Read More
  19.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5956
    Read More
  20. 장애인 오해하지 마세요! 4/3/15

    사람들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줄 모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찬란한 햇살을 응시할 수 있고, 요란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심취하며 화장실, 주방을 두루두루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당연이라 여기며 생을 이어간다. 아니다. 그것은 대단한 ...
    Views6998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