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9.25 15:59

생각하는 갈대

조회 수 113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갈대.jpg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보다 더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그때는 다른 곳에 에너지가 철철 넘쳐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 수많은 생각을 한다.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쓸데없는 생각, 꼭 필요한 생각이 겹쳐지며 인생을 엮어간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에 사람들은 고심한다. 벽이 인생의 길을 가로막았을 때에도 깊은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고 흘러가는 생각을 방관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의 줄을 놓고 있다는 의미이다. 모든 것이 낯설은 젊은 시절에는 처음 가는 길이기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더디 흐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따라서 별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맞이하다 보면 그 흐름의 속도감은 증가하게 된다.

 

  여행을 하거나 어떤 곳을 처음 찾아갈 때에 멀게 느껴지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하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 올때에는 이상하게 빨리 오게 된다. 그러면서 왜 갈때는 그렇게 긴시간이 걸렸지?’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무언가를 자주 경험하거나 익숙해지면 그만큼 시간개념이 빨라지게 된다. 아직 해본 것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하루가 길기도 길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거듭된 일들을 감당하다보니 신선감도 떨어지고 따라서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세월이 그렇게 빠를 수가 없다.

 

  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마 목회자는 다들 그런 삶을 살 것이다. 항상 머릿속에 설교에 대한 강박관념이 들어있다. 성도들은 설교가 마치 수도꼭지를 틀면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저절로 나오는 것으로 안다. 아니다. 매일 매순간 새로운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 목사는 항상 생각을 해야 한다. 내 눈으로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한 모든 것이 하나님의 말씀에 농축되어 전달되는 것이 설교이다. 텍스트만 뛰어나서도 안된다. 청중에 수준과 상황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떤 분은 텍스트는 확실한데 감동이 떨어지는 경우를 본다. 일방적이어서 그렇다.

 

  나는 설교뿐 아니라 매주 칼럼을 써야 한다. 하기에 누구보다 생각이 많다. 어느새 18년 동안 써온 글이기에 내용이 겹치지 않으면서 읽고 나면 여운이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한다. 어떨 때는 잠결에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도 중에 글맥을 잡기도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아하, 바로 이거야!’하는 느낌이 오기도 한다. 인류의 역사는 생각의 세월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발상이 위대한 발명품을 개발하며 후대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없이 사는 사람은 게으르고 악한 사람이다.

 

  사람이 약하다는 것을 실감한 때가 있다. 일찌기 워싱톤중앙장로교회를 담임하던 이원상 목사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인품이 고귀하여 모두에게 존경받는 생을 사셨다. 이 목사님이 말년에 암에 걸리셨다. 극한 고통속에 있을때에 후임 목사님이 병원에 심방을 갔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당하고 계셨다. 갑자기 허공에 무언가를 쓰셨다. SPR, spirit이요?” 목사님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손가락 글씨를 이어갔다. SPRITE. 탄산음료 스프라잇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 왔다. 평생 목양일념하시던 노 목사님이 식도암에 걸려 죽음 직전에 그린 글짜는 스피릿()이 아니라 스프라잇(탄산수)였다.

 

  인생을 이렇게 약하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기에 사람은 위대하다. 생각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내는 원동력이다. 생각하라! 그러면 행복이 찾아오리라!

 

 

 


  1.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9018
    Read More
  2.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290
    Read More
  3.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9733
    Read More
  4.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9781
    Read More
  5.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0042
    Read More
  6.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9929
    Read More
  7.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0502
    Read More
  8.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0221
    Read More
  9.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0533
    Read More
  10.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1062
    Read More
  11.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0655
    Read More
  12.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1144
    Read More
  13.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1406
    Read More
  14.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0892
    Read More
  15.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1819
    Read More
  16.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1316
    Read More
  17.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1229
    Read More
  18.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1689
    Read More
  19.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2362
    Read More
  20.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198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