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4.03.01 10:36

이런 인생도 있다

조회 수 252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극히 평범한, 아니 처절하리만큼 모진 삶을 살다가 미국 한복판에서 미군 고급장교로 인생을 마무리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서진규 씨의 기사를 접하고 혀를 내둘렀다. 학력이 뛰어났다든가? 어릴때부터 머리가 명석했다든가? 명문가문에서 태어난 분이 아니다. 술 장사를 했던 어머니는 여자가 무슨 공부를 하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살림하다가, 시집만 가면 된다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으며 산 여자 아이이다.

 

  십대에 가발 공장 직공으로 취업을 했다. 가사 도우미에 식당 종업원까지 하며 그렇게 나이를 먹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러려고 세상에 태어났나?’하는 생각이 일어나며 분노가 올라왔다. 그렇게 살기에는 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가 미국 가사 도우미 이민 구인 공고를 보게 된다. ‘이렇게 밑바닥에서 희망 없이 사느니 미국에 건너가 살자결단을 하고 그녀는 바로 행동에 옮긴다. 197223살 나이에 단돈 1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5년 후에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럭저럭 행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폭력을 쓰기 시작하였고 견디다 못해 그녀는 도망치듯 군에 입대하게 된다. 실로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었다. 8개월 된 딸을 한국에 보내놓고 입대했다니 말이 안 나온다. 입대는 했지만 팔굽혀펴기부터 구보까지 항상 먼발치서 뛰쫓기 일수였다. 훈련받을 때는 울 틈이 없다. 실수를 하면 단체 기합을 받게되고 영락없이 왕따를 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밤이되면 서러움이 밀려왔다. 다른 사람들이 깰까봐 소리도 못 내고 울었다. 울다가 잠이 들고 그러면 꿈에서 딸을 만나는 애절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달렸더니 졸업할 때는 1등이 되는 획기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낮에는 군인이고 저녁엔 집에서 야간 대학을 다녔다. 결국 198714년 만에 학사를 따게 된다. 군에서는 그녀의 열정을 보고 하버드 석사과정에 입학하도록 도왔다. 그녀의 나이 마흔세 살이었다. 나중에는 박사과정을 졸업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군 생활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사병으로 시작해서 미군 소위 장교로 임관 후에 한국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주한미군 중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이후에 미군 최초의 여성 연락장교의 직무를 감당하게 된다. 그렇게 군인과 학자의 길을 함께 걷다 1996년 소령으로 예편한다.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의 성품과 끈기를 닮은 딸이 더 가관이다. 딸 조성아 엄마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 정말 멋있었어요. 엄마가 없을 때 군복을 입어보고 군화도 신어보며 살다보니 제가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딸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엄마가 영어를 배우고 공부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학구열을 달구는 계기가 되었고, 엄마를 멘토 삼아 달리던 그녀는 하이스쿨을 졸업할때에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버드대를 졸업하던 날 ROTC 임관식이 있었는데 하버드 동상 앞에서 선배 장교한테 선서하는 순서가 있다. 딸 조성아는 엄마가 장교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엄마 앞에서 선서를 했다, 실로 감동적이 장면이다. 딸은 엄마를 생각하며 말한다. “상상도 못하죠. 저는 8개월 때라 기억이 없으니까. 저도 딸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딸을 놔두고 가셨을까? 따르는 사병들이 있다 보니 약한 모습 보이면 안 되니까 무조건 강한 모습만 보이려고 하셨을 텐데. 혼자서 많이 우셨을 것 같다. 엄마가 자랑스럽고, 존경합니다.”라며 눈물을 보여 뭉클함을 자아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어떠한 고난도 과정도 견뎌낼 수 있음을 모녀를 통해 본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차분히,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고 활용하다보면 어느새 그 꿈에 다다라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삶은 실로 위대하다

 


  1.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9108
    Read More
  2.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409
    Read More
  3.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9853
    Read More
  4.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9873
    Read More
  5.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0233
    Read More
  6.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10086
    Read More
  7.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0590
    Read More
  8.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0311
    Read More
  9.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0615
    Read More
  10.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1148
    Read More
  11.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0734
    Read More
  12.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1225
    Read More
  13.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1478
    Read More
  14.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0971
    Read More
  15.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1978
    Read More
  16.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1455
    Read More
  17.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1382
    Read More
  18.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1828
    Read More
  19.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2634
    Read More
  20.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225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