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3.17 15:07

행복을 주는 사람

조회 수 563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모리스 캐플란.jpg

 

 

 사람이 살면서 사람을 통해 감동을 받는 것처럼 행복하고 흥분되는 일은 없다. 신학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나를 감동시킨 분은 “박윤선 박사님”이셨다. 풋풋한 인상의 교수님은 웃으시면 약간 입이 비뚤어지셨다. 그 옛날 “웨스트민스터”(필라) 유학을 하시고,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신구약 성경을 주해한 대학자이면서도 교수님은 항상 겸손하셨다. 제자들에게 마치 이웃집 아저씨처럼 다정다감하게 다가오셨다. 그러면서도 강의는 예리했고, 외치시는 말씀은 가슴을 파고들었다. 경건회(채플:신학대학은 매일 예배를 드림) 시간에 박윤선 박사님이 강사로 서실 때면 내 눈은 항상 흥건히 젖어있었다. 허스키하면서도 나지막한 음성의 설교는 나뿐 아니라 학우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놓았다. 내 생애 박윤선 박사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3학년 가을. “졸업생을 위한 부흥회”가 열렸고, 강사로는 “김종수 목사님”(영세교회)이 초대되었다. 당시 나는 신앙부장을 맡고 있었다. 호출을 받고 들어선 교목실에서 마주친 목사님의 첫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국 전통 두루마기를 입고 계셨기 때문이다. 웅변을 하신 분이라서인지 음성이 또렷했다. 설교 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신앙의 가정에서 성장한 목사님은 고교시절부터 방황을 시작하다가 연대에 들어가 응원단장을 맡으면서 완전히 세상길을 헤매다가 ‘돌아온 탕자’였다.

 

 그래서인지 목사님의 메시지는 호소력이 있었고 시대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곤고한 우리들에게 대단한 감화력을 끼쳐주었다. 그 후로도 나는 김 목사님을 종종 만날 수 있는 영광을 얻었고, 장성하여 목회를 하면서 많은 조언을 받았다. 특이한 것은 목사님은 나를 만날 때마다 “형님!”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그분은 누구를 만나도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그렇게 부르셨다. 처음에는 너무도 황송했지만 나이도 어리고 한참 후배를 공대하시는 목사님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분은 내 목회의 멘토셨다.

 

 작년, 12월 29일(화). 여느 때처럼 <귀니드 양로원>을 찾았다. 화요일이 다섯 번 있는 달에는 내가 설교 담당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예배가 드려졌고, 이어 2부 순서가 진행되었다. 이미 디렉터 ‘수잔나 박’을 통해 통보를 받은 내용이었지만 그날은 오랫동안 양로원을 운영하던 분이 다른 경영자에게 운영권을 넘기고 인사를 하는 날이었다. 경영자 “모리스 캐플란” 원장에게 감사패가 주어지고 인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먼저 자신의 조상들도 미국에 온 이민자였음을 밝히는 것으로 운을 띄웠다.

 

 귀니드 양로원은 “아버지가 오픈한 곳이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2002년부터 연로한 아버지를 대신해 변호사직을 내려놓고 14년 동안 양로원을 직접 운영해 왔음을 회고했다. 특별히 한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어르신들을 받아들이고 봉사를 해왔기에 한인들에게 남다른 친숙함을 느끼고 있음을 피력했다. <귀니드 양로원>은 항상 97%의 노인 입주율을 자랑하는 곳인데 그중에 25%가 한인들임을 밝혔다.

 

 “모리스 캐플란” 원장은 “한인사회가 웃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느끼며 이것은 미국사회가 보고 배워야할 좋은 문화이다.”라고 하면서 경영자의 직무를 다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경영을 넘겨야하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앞에 앉아있던 나는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어르신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한인들을 귀하게 여기는 백인의 진심어린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목이 메어 울먹이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는 “그동안 한인사회가 귀니드 양로원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 것에 감사하며 또한 새로운 경영책임자에게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당부했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많은 사람을 만난다. 만나면 정이 가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대화를 나누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기만 해도 행복해 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사람을 잘 만나는 것이 그래서 큰 복이다. 오늘도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나러 간다.


  1. 2022년 새해 첫칼럼 / 인생열차

    ​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
    Views9018
    Read More
  2. 새로운 것에 대하여

    오늘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기점이다. 여전히 팬데믹은 그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로 평범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마스크 없이 누구와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만나고 활보하던 일상이 그립다. 그런때가 언제나 올...
    Views9290
    Read More
  3. Merr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제 7일만 지나면 2021년은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팬데믹의 동굴을 아직도 헤매이고 있지만 한해를 보내는 마음은 아쉽기만 하다. 미우나고우나 익숙했던 2021년을 떠나보내며 웃을 수 있음은 성탄절이 있기 때문...
    Views9733
    Read More
  4. 불편했던 설레임

    사람에게는 누구나 첫시간이 있다. 아니 첫경험이 있다. 그 순간은 두렵고 긴장되고 실수가 동반된다. 처음 교회에 나갔을때에 난처했다. 다들 눈을 감은 채 사도신경을 줄줄 외우고, 성경, 찬송가를 척척 찾아 부르는 것을 보면서 모멸감이 느껴졌다. &lsquo...
    Views9779
    Read More
  5. 홀로 산다는 것

    나이가 들어가는 청년들을 만났을 때 “언제 결혼하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상꼰대이다. 시대가 변했다. 결혼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스팩을 쌓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대가족 시대였다. 식사 때가 되면 3대가 온 상에 ...
    Views10041
    Read More
  6.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실로 세월은 덧없이 흐르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기도 버겁건만 난데없는 역병이 엄습하면서 여전히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백신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가 했는데 여기저기서 돌파감염자가 나오며 한숨만 높아간다. 도...
    Views9925
    Read More
  7. 짜증 나!

    사람마다 특유의 언어 습관이 있다. 어떤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정말?”이라고 묻는다. 일이 답답하고 풀리지 않을 때 “와, 미치겠네” 혹은 “환장하겠네”라고 내뱉는다. 10년 이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성이 있다...
    Views10502
    Read More
  8. 역할

    사람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감하게 되는 때는 바로 내 역할을 깨닫는 시점이다. 매사에 조건과 배경을 따지면서 우열을 가리는 세태가 되면 삶이 피곤 해 진다. 우리 세대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입시를 치러야 했다. 야속한 것은 우리...
    Views10221
    Read More
  9. 신혼 이혼

    나이가 들어가는 선남선녀들의 소중한 꿈은 결혼이다. 인생의 초반은 혼자 살아가지만 장성하면 짝을 만나 부부의 연을 맺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누고 평생을 부부가 되어 살아가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Views10530
    Read More
  10. 어느 자폐아 어머니의 눈물

    우리 밀알선교단은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장애아동을 Care하는 <토요사랑의 교실>을 운영한다. 어느새 30년이 가까워오며 이제 아동이란 명칭을 쓰기가 어색하다. 팬데믹으로 거의 1년반을 모이지 못하다가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대면모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Views11062
    Read More
  11. 저만치 잡힐듯한 시간

    가을이 깊어간다. 푸르던 잎들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갈아입으면서 서서히 정든 나무를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척이나 춥고 눈이 쏟아지던 겨울. 나무 속에 숨어 기다리던 새싹들이 ‘호호’ 불어대는 봄바람에 살포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
    Views10654
    Read More
  12. 표정만들기

    나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역 자체가 사람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만나온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날때에 주력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첫인상의 촉이...
    Views11142
    Read More
  13. 엄마와 홍시

    엄마는 경기도 포천 명덕리에서 태어나셨다. 천성이 부지런하고 경우가 바른 엄마의 성품은 시대가 어려운 때이지만 조금은 여유가 있는 외가의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가에 산세는 수려했다. 우아한 뒷산의 정취로부터 산을 휘감아 돌아치는 시냇물은 ...
    Views11406
    Read More
  14. 부부는 싸우면서 성숙한다

    “부부싸움을 왜 해요? 우리는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요” 간혹 이런 외계인 부부를 만난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사랑을 할 때는 소위 ‘도파민’이 샘솟듯 나오며 거의 미친 듯이 서로를 갈망한다. 이...
    Views10892
    Read More
  15. 장애아 반장

    “차렷, 열중쉬어, 차렷, 선생님께… 선생님 핸드폰께 경례!” 조기훈(12)군이 우렁차게 외치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훈이는 서울 목동 신서초등학교 6학년 6반 학급회장이다. ‘경례’를 하기 전까지 기훈이는 휴대전화가 ...
    Views11819
    Read More
  16. 생각하는 갈대

    인간은 약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위대하다. 성장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날 때에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너는 생각이 없냐?”였을 것이다. 그 시기에는 몸이 생각보다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면 멈출수 있다. ...
    Views11314
    Read More
  17.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했다. 사진관에 가서 카메라를 빌리고 촬영한 필름을 다시 맡겼다가 나온 사진을 찾으러 가는 날은 가슴이 퉁탕거렸다. 흑백사진이었지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정말 행복...
    Views11229
    Read More
  18. “아침밥” 논쟁

    ‘오늘’이라는 시간은 ‘어제’라고 하는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존재한다. 내일 역시 ‘오늘’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람의 오늘은 그 사람의 어제가 만들고 있다.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Views11684
    Read More
  19.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토요일마다 귀한 친구들을 보살핀 세월이 어느새 25년이다. 어리디어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거의 성인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것은 지능지수와 적응하는 반응을 기준으로 삼기 ...
    Views12362
    Read More
  20. 베이비부머

    어느 순간부터 세대를 구별짓는 명칭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사실 이 구분은 미국식이다. 처음 생겨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고 한다.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칭한다. 1965~1980년에 태어난 부류를 ‘X세대’라고 한다. 관...
    Views119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