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2.03 12:09

아, 한강! 7/24/15

조회 수 7206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한강.png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군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뒤져보니 꼭 맞는 말이 아니었다. “아리수”란 “크다.”는 의미의 한국어 '아리'와 한자 '수(水)'를 결합한 고구려 때 한강을 부르던 말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한강과 더불어 살았다. 바다는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을 오가며 성장을 했고 나중에는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에서 청· 장년기를 보냈다.

한강변에서 처제 가족들과 삼겹살을 구워먹고 목회여정에서 가끔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강변에 차를 대고 물끄러미 강물을 주시하던 기억까지 한강은 내 삶에 말없는 친구였다. 가까이 있기에 작아 보이지만 사실 한강은 우리나라에서 압록강 · 두만강 · 낙동강에 이은 네 번째 긴 강이라는 것이 이채롭다. 서울에서 조금 빠져 나가면 “양수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류한 한강은 계속 북서 방향으로 흐르면서 왕숙천(王宿川) · 중랑천(中浪川) · 안양천(安養川) 등의 소지류를 합류하여 김포평야를 지난 뒤 황해로 들어간다.

한강의 명칭에 ‘漢’이라는 글자를 쓴 것은 중국 문화를 도입한 이후의 일이다. ‘아리’, 즉 ‘알’은 고대에 ‘크다거나 신성하다.’는 의미로 쓰였으며, ‘한’도 이와 비슷한 뜻이다. 강은 심한 파도가 일지 않아 사람의 마음에 평온함을 준다. 나는 남한강을 먼저 만났다. 초등학교 시절. 양평과 강상 사이에는 다리가 없었다. 뱃사공이 노를 저어 나루를 건넜다. 배가 강물을 가로질러 건널 갈 때면 뱃전을 스치는 강물의 부딪힘과 사공의 노 젖는 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루며 편안함을 주었다.

그러던 내가 북한강을 만난 것은 경찰인 아버지가 서종면으로 전근을 하면서였다. 남한강은 흐름이 완만하고 도시스럽다(?)면 북한강은 산세가 험하고 깊을 뿐 아니라 강폭도 훨씬 넓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에서 어여쁜 여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정의봉 선생님”은 문예반을 맡아 아이들에게 글을 쓰는 훈련을 시켜주셨다. 수업을 마치고 우리 문예반은 갈대숲을 찾아가는 일이 잦아졌다. 여기저기 아이들을 흩어놓고 선생님은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무엇이 보이니? 어떤 느낌이 드니? 눈을 감아보렴.” 한참을 지나면 “자, 이제 떠오르는 것을 글로 써 보는거야!” 세월이 지나도 난 그때의 파아란 하늘과 낭랑한 선생님의 음성을 잊지 못한다. 북한강변 갈대숲에서 꿈을 꾸며 내 감성은 무한대로 성장해 갔다.

초등학교 6학년. 나는 아버지를 따라 양평으로 돌아왔고 다시 남한강을 만났다. 그때부터 남한강과의 밀회(?)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 웅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벽이면 “정호”는 귀찮을 정도로 내방 창문을 두드렸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 ‘칼산’(원명:갈산)에 올라 발성연습을 했다. “하나하면 하나요, 둘하면 둘이요∼” 한강을 바라보며 외치고 외치다가 목청이 트이고 성량은 날로 향상되어 갔다. 남한강은 어린 내 가슴에 미래에 대한 포부를 심어주었다.

사람은 누구나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아련한 장소가 있다. 그것이 바다라면 행운이다. 산이라면 싱그럽다. 들판이라면 미소를 부른다. 몸이 움직여야만 여행이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 삶이 곤고하고 피곤하다고 느낄 때에 나만의 공간에서 편한 자세를 취하자! 은은한 음악을 틀고 조용히 눈을 감자! 그리고 떠오르는 영상을 따라 나만의 여행을 떠나자! 보리밭, 시냇물,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정, 산줄기, 들판을 달려보자! 당신의 한강은 어디입니까?


  1.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2610
    Read More
  2.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2379
    Read More
  3.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2336
    Read More
  4.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72207
    Read More
  5. 마음이 고프다 4/1/2013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는 식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음식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했다. 우리 집안 내력이 대식가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음식을 잘도 먹었다. 어머니는 항상 “福”자가 그려진 ‘대밥그릇’에 고봉으로 밥...
    Views72205
    Read More
  6. 짝 8/4/2011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
    Views72178
    Read More
  7. 잘 되는 나 5/16/2015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72163
    Read More
  8.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2148
    Read More
  9. 시드니의 노스탤지어(nostalgia) 5/16/2012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Views72144
    Read More
  10.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2104
    Read More
  11.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2093
    Read More
  12.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72068
    Read More
  13. 감동의 우물 사랑의 캠프 8/20/2012

    장애인들은 일 년 동안 이날을 기다린다. 미주 동부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은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캠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근한 인사가 오가고 가족처럼 포근한 대화가 우물을 감동으로 일렁이게 하면 ...
    Views72029
    Read More
  14. 35m 다리에 올라간 사나이 10/24/2011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
    Views72009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2002
    Read More
  16.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1997
    Read More
  17. 기분 좋은 긴장감 8/31/2013

    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
    Views71983
    Read More
  18.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1954
    Read More
  19. 가을 피아노 9/30/2013

    내 생애에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가 아닌 “배우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였음을 의미한다. 고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차려놓은 ...
    Views71867
    Read More
  20.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17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