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9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8446089_orig.jpg

 

 

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그때 신앙의 유무가 판가름 나고 성공실패가 갈려진다. 극한 긴장감은 건강을 해치는 위험이 있지만 사람은 모름지기 삶의 긴장감이 있어야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삶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만들고 지루하게 한다.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웅변을 했다. 단 ‘7분’이라는 시간에 모든 의사를 강력하게 표현해야 하는 웅변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원고를 준비하고 외우는 작업부터 세 번의 클라이맥스를 피를 토하듯 쏟아내야 한다. 처음에는 잠잠하게 시작을 하다가도 점점 피치를 올려서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를 한손으로, 나중에는 두 손을 뒤로 젖혔다가 힘껏 앞으로 내어밀며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처음에는 선배에게 지적을 받고 나중에는 지도 선생님에게 혼이 나며 연습은 반복된다.

긴장은 되지만 그 시간은 개성 넘치는 선후배 연사들의 모습을 보며 흥미 있게 진행이 된다. 기억나는 선배는 마치 신파를 연출하는 변사처럼 웅변은 했다. 목을 잔뜩 눌러 괴상한 발성으로 핏대를 세우고 웅변을 했다. 어떤 친구는 전혀 발성연습이 안된 나약한 목소리로 마치 여성이 하는 것 같은 나긋나긋함으로 웅변을 했다. 나도 처음에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때의 웅변주제는 주로 “반공, 안보”였다. 따라서 아주 강력한 발성법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생각처럼 표현이 잘 안 되었다. 실로 피나는 노력 끝에 학교대표로 뽑혀 각종 대회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순번을 기다리며 단상 뒤에서 웅변하는 연사를 바라보는 시간은 실로 피를 말린다. 그때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드디어 단에 오르고 평상시 연습한대로 웅변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구석구석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오고 강력한 외침 속에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를 들으면 그 날의 순위를 짐작 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솔직히 내가 뛰어난 웅변가는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다. 한 가지 어릴 때부터 웅변을 한 덕분에 많은 사람 앞에 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력을 얻었고 긴장감을 기분 좋게 풀어나가는 경지(?)를 터득했음이 감사할 뿐이다.

지나친 긴장은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평안한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적당한 긴장감은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우리의 삶이 느슨하거나 해이해지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주 기분 좋은 긴장감을 가지며 살고 있다. 바로 ‘설교’이다. 한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님은 항상 같은 교인들을 만나지만 나는 매주 다른 교회, 다양한 성도님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한다. 주일을 준비하며 긴장을 하고 강단에 오르기 전에도 긴장을 한다. 교회 강단에 서서 설교하기 어느새 35년. 하지만 설 때마다 긴장을 하는 것은 설교는 사람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자의 삶은 긴장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목회자만 그럴까? ‘기타’ 줄이 풀어지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음에 맞게 조여 주어야 아름다운 연주를 할 수 있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긴장은 필요하다. 사람이 삶의 긴장감을 풀고 느슨해 질 때에 위기가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시다. 그래서 가끔씩 인생을 긴장시키신다. 하나님이 나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더구나 골탕을 먹이시려고 그러시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아름다운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어차피 다가온 긴장감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위대한 연주가 되도록 늘 깨어 긴장감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분 좋은 긴장감”인 것이다.


  1.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72603
    Read More
  2. 쪼잔한 이야기 11/10/2013

    “쪼잔하다.”는 표현은 흔히 돈 씀씀이를 연상케 한다. 같은 표현이 있다. “그 사람은 참 검소해.”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남자가 말야!”하면서 뒷담화를 친다. 음식을 먹고 밥값을 시원스럽게 내...
    Views72374
    Read More
  3. 글씨 쓰기가 싫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1984년, 한 모임에서 백인 대학생을 만났다. 남 · 여 두 학생은 백인 특유의 또렷한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는지, 아니면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정다감하고 ...
    Views72327
    Read More
  4. 텍사스 밀알 선교단 2/9/2014

    연초부터 미주밀알에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워싱톤 밀알 “정택정 단장”이 정신 병동에 심방을 갔다가 장애인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구타를 당해 뇌출혈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수술을 두 번이나 시도해도 뇌에 출혈은 멈추지 않는 급박한 상...
    Views72205
    Read More
  5. 마음이 고프다 4/1/2013

    사춘기에 접어들며 나는 식탐하는 습관이 생겼다. 음식을 보면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했다. 우리 집안 내력이 대식가라는 것을 차치하고라도 정말 음식을 잘도 먹었다. 어머니는 항상 “福”자가 그려진 ‘대밥그릇’에 고봉으로 밥...
    Views72203
    Read More
  6. 짝 8/4/2011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면 ‘짝’을 찾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어떤 짝을 만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다. 좋은 짝을 만나면 등굣길이 가볍다. 학교생활이 행복하다. 하지만 희한한(?) 짝을 만나면 괴...
    Views72176
    Read More
  7. 잘 되는 나 5/16/2015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72158
    Read More
  8. 시드니의 노스탤지어(nostalgia) 5/16/2012

    꿈에 그리던 땅에 도착을 했다. 광활하지만 아름다운 그곳. 호주에 도착하는 그 순간에 나는 이미 들떠있었다. 시드니는 초가을의 숨결로 나를 반겼다. 드높은 코발트색 하늘, 필라델피아를 능가하는 깊은 숲,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호주임을 실감하게...
    Views72144
    Read More
  9.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2142
    Read More
  10.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2102
    Read More
  11.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2087
    Read More
  12.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72062
    Read More
  13. 감동의 우물 사랑의 캠프 8/20/2012

    장애인들은 일 년 동안 이날을 기다린다. 미주 동부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은 칠월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나듯이 캠프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언제나 그렇듯이 친근한 인사가 오가고 가족처럼 포근한 대화가 우물을 감동으로 일렁이게 하면 ...
    Views72026
    Read More
  14. 35m 다리에 올라간 사나이 10/24/2011

    지난 달 19일. 밤 8시경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위치한 부산대교 위에서 한 남성이 “집 나간 아내를 찾아오지 않으면 뛰어내리겠다.”며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다행히 급히 출동한 119 구조대원의 설득 끝에 3시간 만에 스스로 내려와 큰 화는 ...
    Views72007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2001
    Read More
  16.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1991
    Read More
  17. 기분 좋은 긴장감 8/31/2013

    사람들은 모두 삶의 긴장감에 대해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좀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구나 원한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호락호락’하던가? 평안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삶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고 긴장감 속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간...
    Views71976
    Read More
  18.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71952
    Read More
  19. 가을 피아노 9/30/2013

    내 생애에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있다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우지 못했다”가 아닌 “배우지 않았다”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였음을 의미한다. 고교 1학년 때였다. 아버지가 차려놓은 ...
    Views71864
    Read More
  20.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170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