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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_꽃.jpg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청명하고 먹을 것이 풍성했기 때문이리라! 가을의 하늘은 사나이들의 패기 넘치는 가슴처럼 시원스러워서 좋다. 미국 땅 L.A.로 이민을 왔다. 와! 그곳에 날씨는 매일 가을이었다.

아침과 저녁에 일교차가 너무 크다는 흠은 있지만 코발트 색깔의 하늘을 매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지구상에 이런 낙원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열대 기후라 습도도 없고, 30분만 운전하고 나가면 산타모니카 비취가 있는 L.A.에서 오랜 시간을 이국적 향취를 만끽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기를 따라 변해가는 4계절이 그리워졌다. 특히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눈도 없고 찬 공기의 어루만짐도 없이 맞이하는 성탄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계속 좋은 날씨만 이어지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이라는 것을! 그러다가 12년 전. 필라 밀알선교단 단장의 임명을 받고 필라델피아에 발을 디뎠다. 오랜 만에 맡아보는 숲 냄새. 가는 곳마다 새들의 노래 소리와 오리와 사슴이 길을 건너는 모습, 그들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는 사람들의 여유∼. 그렇게 나는 필라 사람이 되어갔다.

밤이 없다면 아침에 밝은 태양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추운 겨울이 없다면 사람들이 봄의 따스함을 그리워할까? 계속 형통하다면 사람들은 자그마한 은총도 감사의 조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계절을 통해 하나님은 인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온단다. 봄은 더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여름이 더울수록 모든 과일과 곡식은 풍성한 열매를 결실하게 되지. 그리고 찾아온 가을의 청명함 속에 인생들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기쁨을 누리게 되는 거란다”

금년 겨울은 어느 때보다 눈도 자주 오고 혹독하리만큼 춥다. 그래서 봄이 사무치게 그립다. 애타게 봄을 기다리던 우리에게 난데없는 폭설은 야속하기 이를데없었다. 그러나 봄은 오고 있다. 머지않아 개나리가 봄의 감각을 노오란 꽃잎에 담아 전해주리라! 목련이 수줍은 새악시처럼 하이얀 목덜미를 내어 밀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봄을 사랑한다.

그런데 계절은 봄이지만 아직도 가슴은 겨울인 사람들이 있다. 행복하자고 결혼을 했는데 어느샌가 기초가 흔들려 버리고, 어디에서부터 실마리를 풀지조차 모르는 혼미한 가정이 있다. 이를 악물고 돈을 벌어 미국 땅에서 보란 듯이 살아보리라 다짐을 하며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 안 쓰고 애를 썼건만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 방황하는 분들이 있다. 암(癌)은 남의 일로만 여겼는데 이젠 그 암세포가 내 몸을 파고들어 하루하루를 암흑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의 아픔을 견디며 오늘도 널싱 홈에서 외로이 고독과 육신적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장애우들이 있다.

봄은 왔건만 가슴은 아직 겨울인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어두운 밤이 지나면 찬란한 새벽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따스한 봄날이 온다는 것을…. 정녕 모두의 가슴에 봄은 오는가! 머나먼 타향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가슴에 계절의 봄과 함께 마음의 봄도 오기를 기도드린다. “아가야 너는 아니?”(詩/윤동재)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개나리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진달래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올 봄에도 잎이 나오기에 앞서 복숭아꽃이 먼저 활짝 핀 까닭을. 아가야, 너는 아니? 아가야, 그건 지난 겨울을 이겨낸 너에게 제 아름다움과 어여쁨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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