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6.02.05 13:08

로봇다리; 세진 엄마

조회 수 709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세진&맘.jpg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없는 장애아를 말이다. 이미 딸이 있음에도 6개월 된 “세진”에게 꽂힌(?)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중증 장애 남자아이를 입양하니 주위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가슴으로 낳는다.’는 말처럼 세진이가 그녀의 온전한 아이가 되기까지는 1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두 다리가 없어 서지도, 걷지도 못했던 아이에게 엄마는 마냥 좋은 엄마일 수 없었다. 그녀는 실로 호랑이 엄마였다. “오냐 오냐!”하며 아이의 투정을 다 받아주며 맘씨 좋은 엄마 노릇만 하기에는 세진이의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했던 것이다. 일어서고, 걷고, 또 넘어지기까지 눈물을 쏙 빼가며 수없이 다그치고 혼을 냈다. “한 번 성취감을 느낀 아이는 달라집니다. 걷고 등산하고 마라톤을 하면서 세진이는 점점 달라졌습니다.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짜릿한 희열과 보람을 느껴 본 뒤에는 일상의 다른 면면들 또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제대회 수상, 일반인 수영 마라톤을 완주하며 지금은 ‘로봇다리 수영선수’로 유명해진 세진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두 사람을 향한 세상의 시선은 매우 잔인했다. ‘징그럽다, 전염 된다, 수준 떨어진다.’며 수영장에서 쫓겨나기도 여러 번, 아들의 수영 강습을 위해 세진 엄마는 수영장 청소까지 도맡아야 했다. 한 번은 세진이 누나인 “은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옆 테이블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부모는 세 사람을 바라보며 “자리를 잘못 잡았네. 좋은 날 이게 무슨 일이야” 말하며 지배인을 불러 “우리 애가 자꾸 우네요, 저기 저 애가 무섭다고. 자리 좀 바꿔주세요”하고 요구했다.

 

 그녀가 세상을 향해 싸우는 방법은 그들을 바로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사람이 자주 가야 했던 한 기관은 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때마다 늘 휠체어를 들어 올려야 했던 경비원은 “또 왔네. 꼭 내가 당직일 때 오더라. 아이구 내가 이 나이에 병신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다니!”하며 짜증을 냈다. 정숙 씨는 묘안을 떠올렸다. 기관장에게 편지를 썼다. “저희 같은 장애인을 볼 때마다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 주시는 경비원이 계십니다. 늘 웃어주시고 휠체어도 다 들어 옮겨주십니다. 그 분을 친절 사원으로 추천합니다. 포상 제도가 있다면 꼭 상을 주세요.” 결국 경비원은 친절 직원으로 표창을 받았다. 정숙 씨와 세진이는 함께 가서 꽃다발을 안겨 주며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며 인사를 했다.

 

 경비원은 달라졌다. 세진이만 보면 반색을 하며 뛰쳐나와 도와주게 되었다. 들리는 말로는 그 후로 장애인은 물론 노인이 우산만 짚고 가도 뛰어나온다고 한다. “정숙”씨는 이제 유명강사가 되었다. 그녀의 강연은 특유의 유쾌함과 위트 있는 입담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그러면서도 억척스러운 모습 뒤에 감춰진 깊은 아픔은 청중들의 눈물을 훔치게 한다. 그녀가 지치지 않고 삶을 꾸려갈 수 있었던 에너지는 두 아이였다. 특별히 가슴으로 낳은 세진이를 남보란 듯이 키워내기 위해 그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렸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섭거나 힘든 일이 없었다. “대리운전, 자동차 세차, 간병인, 도우미”등 생계를 위해 뛰어다닌다. 그래도 그녀가 미소 지을 수 있음은 그녀의 인생을 버텨준 기둥 같은 두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나쁜 엄마입니다.” 그녀가 쓴 책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 악역아닌 악역을 맡았다는 것을 말이다.

“학대보다 더 나쁜 것이 과잉보호이다”라는 명언을 나는 기억한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804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30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20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31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44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5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7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71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5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7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73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3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80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2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33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10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5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7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6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