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70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인연.jpg

 

 

 인생을 길게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나 긴 세월을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립고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필라에도 가만히 보면 이민 초창기에 만나 우정을 나누는 모임이 제법 있다. 하지만 모임의 뚜렷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면 그리 수명이 길지 못함도 발견하다. 그러고 보면 “이민 교회”는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들에게 긴 만남을 보장해 주는 독특한 공동체이다. 모여서 예배드리고, 경조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귀한 영적 요람인 셈이다.

 

 살아오면서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족만 알던 어린아이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며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통하고 만남이 이어진다. 나와 비슷한 친구, 만나면 편안한 친구, 감싸주고 싶은 친구,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운친구, 나를 챙겨주는 친구, 다양한 친구관계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끈끈해진다. 돌이켜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돈독해 질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아무것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회상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고 한국에 나가 스스럼없이 만나는 친구는 고교동창생들이다. 만나면 여전히 욕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되뇌이고 되뇌어도 고교시절의 추억은 샘이 솟는다. 그만큼 순수했고 무모했으며 돌발적이었다. 그러고도 버젓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잘 키워 출가시키고 교회에서 중직을 맡아 충성하는 것을 보면 삶은 역시 신비이다. 고상하고 신사적이었던 선생님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고 지독하게 괴롭히고 독하게 굴던 교련선생님의 이름 석자는 우리들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다. 음악시간이 되면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들어섰다. 어떻게 극대극인 “교련과 음악”을 동시에 가르쳤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친구들의 모습에 내가 있다.

 

 한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져간다. 나란하던 삶의 어깨가 조금씩 멀어지더니 어느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라기보다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어그러졌다기보다 마음을 맞춰 함께 있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만나면 서로 속내를 펼쳐 보이는 대신 겉돌고 맴도는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만남이 뜸해지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지 못한 채 멀어져 갔다. 실망과 죄책감이 찾아오지만 대단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기에 쉽게 잊는다.

 

 자꾸만 바란다. 그래서 실망한다. 누구에게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기대려고 했고 바라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두 내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언제쯤 ‘만남과 이별’ 모두에 익숙해 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보내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떠나간 이들, 떠나보낸 이들, 문득 그리워진다.

 

 지금까지 스쳐지나간 사람들 중에 정말 독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그 사람 때문에 세상 물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 때문에 목회가 무엇인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왜 신학대학 교수님이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오히려 내가 단단하고 신실한 목사가 되도록 그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해 주었던 것이다. 때론 고맙고 미안하다.

 

 이제야 안다. 나를 스쳐지나갔던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던 것을. 마음속에서만 맴도는 외침이 아니라 나를 빠져나와 상대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었던 만남.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지구 전체로 퍼져감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내 심장에 와 닿는다. 이 세상에 아파하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아파했다면 그 사람은 나 때문에 더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행복했다면 그 사람도 나 때문에 행복했으리라!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808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33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28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35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50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7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30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71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9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8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77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7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84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7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37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10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5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8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9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