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93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jpg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만 되면 이상하리만큼 가슴 한켠이 비어있는 듯 한 허전함을 느낀다. 가을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젊은 날에는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곰곰이 되새기게 된다. 운전을 하며 지나치는 숲속을 주시하고, 우연히 마주친 장애인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어쩌다 한밤중에 잠이 깨어 들려오는 귀뚜라미소리를 들으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어떤 존재와도 대화를 하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소리가 또렷이 파고든다.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나쁘게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생각은 창조를 낳기 때문이다.

 

 푸르디 푸르던 나뭇잎이 색깔을 달리하며 바람결에 나뒹군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저만치 멀어져가는 낙엽을 지켜보는 나무의 자태가 서러워 보인다. 이 땅에 살다간 사람들 중에 고독을 안 느끼고 간 사람은 없다. “고독을 달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다. 달랠수록 고독은 농도를 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독을 즐기는 단계에 접어든다. 그 승화된 접점에서 예술이 나온다. ‘명곡, 명화, 명연주는 사실 고독을 타고 넘은 고도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깊은 고뇌 속에서 바위를 뚫고 터지는 석수처럼 명작이 창출되는 것이다.

 

 고독에 휩싸여 죽어가는 영혼이 있는가하면 그 고독을 새로운 꿈으로 분출시키는 사람이 있다. ? ‘은 예술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꿈을 안고 달려가는 진정한 청춘을 만난다. ‘, 저 나이에도 저런 도전을 하는구나!’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생체 리듬이 시들지 않으며 뇌는 순간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한다. 결국 인생이란 엄청난 가능성을 지닌 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 사람이 어떤 노래를 즐겨듣는가?’로 마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면 나는 소위 아이돌그룹의 노래가 좋다. 따라서 나는 아직도 젊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어떤 고뇌를 안고 살아가는지를 노래를 들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다. 얼마 전 자이언티’(Zion.T)양화대교를 듣다가 눈물이 나왔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로 시작되는 노래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직 20대인 뮤지션이 어떻게 그런 곡을 써낼 수 있었는지 놀랍다. 음율 시인처럼 잔잔히 내뱉는 그의 노래는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하다.

 

 나는 남자형제가 없다. 그래서 형이 있는 재관이가 그렇게 부러웠다. 추운 겨울 양지바른 마당에서 함께 자치기, 비석치기를 하다가 우리 들어간다.”하고는 집으로 향하는 형제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러면 나는 홀로 남아 대문까지 흘러나오는 그 형제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땅에 무언가를 자꾸만 그려댔다. 그러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햇살은 얄미우리만큼 내 얼굴을 비춰댔다. 고개를 떨구고 방에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읽던 책이 내게 위로를 주었다. 책이 나의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부자가 되어갔다.

 

 젊은 날에 만난 고독은 견디기 힘든 상대이다. 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알토랑 같은 아이들과 어울리면 고독은 해소가 될까? 아니다. 나는 목회자이다. 목회를 하며 겪어야 하는 고독은 견디기 힘든 여정이다. 평생 고독과 더불어 살아가야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영성이 맑은 아가는 태어나면서 울음보를 터뜨리는가 보다. 고독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깨닫게 한다. 따라서 포기해야 할 것도 무엇인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다시는 안 만날 것 같이 헤어진 사람을 어느 날 삶의 길목에서 마주친다. 그것도 운명적인 장소에서. 인생은 만남헤어짐이 교차하며 이어져 가고 있다. 질긴 만남의 인연은 사람의 영역 밖이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인생 최고의 경영자인 것이다.

 

 다 떨어내지만 멋있는 가을, 고독하지만 행복한 계절. 고독은 그래서 맛있고 가을은 그래서 멋있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807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32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26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35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49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7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7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71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7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8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77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7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84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6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35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10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5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8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8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