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05.18 08:52

손을 보며

조회 수 441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73.jpg

 

 손을 들여다본다. 손등이 눈에 들어오고 뒤집으면 바닥이 매끄럽게 드러난다. 각각 다른 길이의 손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손가락을 구부려 움켜쥐면 금새 동그란 주먹이 만들어 진다. 손가락마다 무늬가 새겨있는데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니 그것 또한 신기하다. 이야기할 때에 가장 바쁜 것은 손이다. 제스추어가 멋진 사람에게 사람들은 매료된다. 손은 알게 모르게 신체의 모든 부분들을 커버하며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손을 가진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앞발만 있을 뿐 손은 없다.

 

  손에 대한 말이 많기도 많다. 같은 직종에서 일하며 마음과 뜻이 통하면 손발이 잘 맞는다.’고 한다. ‘손에 붙다능숙해져서 의욕과 능률이 오르다는 뜻이다. 마음이 분산되면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교제나 거래를 중단한 경우 손을 끊는다.’ 하던 일을 그만두거나 잠시 멈추면 손을 놓는다부정적인 일이나 찜찜한 일에 대해서 관계를 청산하면 손을 끊었다고 한다. ‘손이 빨라는 무슨 일이든 맡기면 시원스럽게 감당해 낸다가 된다.

 

  왜 이렇게 손이 매워?”하면 살짝 건드려도 통증이 심할 정도로 힘이 좋다는 뜻이고, ‘손이 크다는 말은 마음 씀씀이나 돈을 쓰는 풍이 넓고 상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대상을 향해 한번 손을 본다.’는 말은 자신을 괴롭게 했던 것 이상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무서운 뜻이 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고나면 마지막에 헤어지며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다. 어원적인 면에서 고통을 받는다.’(受苦)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을 쓰다.’의 뜻이다. 하지만 나는 손이 고생을 했다로 쉽게 해석하고 싶다.

 

  거기에 걸 맞는 표현이 애쓰다이다. 내 친구 중에는 한참 대화를 하다보면 결국 애썼다는 답으로 반응을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내가 친구보다 무척이나 어리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한번더 마주보며 웃게 된다. ‘손이 부족하다, 달리다는 일꾼이 모자란다는 의미이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일이 풀어내기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내가 원하던 것을 성취했을 때에는 손에 넣었다고 한다. 경찰이 범인을 놓치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다.’고 한다.

 

  손에 대한 속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손 안 대고 코 풀기이다. 일을 힘 안 들이고 아주 쉽게 해결해 냈다는 말이다. “농사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비가 자주 올수록 잘된다.”는 말도 있다. “손이 들이굽지 내굽나도 있다. 항상 사람은 피붙이나 동향 사람에게 마음을 더 기울이며 편을 들게 된다는 것이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 “손이 비단이다.” “손 잰 승()의 비질하듯은 동작이 빨라 무슨 일이나 단번에 해내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손에 땀을 쥐듯아슬아슬하여 마음이 조마조마하도록 몹시 애달다.’는 뜻이다.

 

  섬찟한 표현이 있는데 바로 내 손에 장을 지진다.’이다. 자신의 약속이나 결백을 사람들이 안 믿어 줄때에 비장한 마음으로 내뱉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고기나 채소에 간장을 붓고 졸이는 것처럼 손가락을 끓는 간장에 지진다는 뜻이다. 부엌에서 손을 데어본 경험이 있는 아녀자들에게서 나온 주방 용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다. 영어에서는 이럴 때 “eat my hat”(내 모자를 먹겠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손은 실로 많은 일을 한다. 인간의 역사는 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으로 방향을 가르치고 손으로 지휘를 한다. 이상하게 그 사람이 음식을 하면 감칠맛이 난다. 일명 손맛이다.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를 나눈다. 전해오는 촉감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도 짐작해 낼 수 있다. 평생 무슨 일을 해왔는지도 손에 나타난다. 손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알알이 인생의 자취를 새겨 넣는 것이다. 신체 중에 가장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은 손이다. 손은 오늘도 인생사 희노애락의 한 가운데에서 삶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손아, 고맙다!

 


  1. 관중 없는 올림픽

    모두의 염려 속에 개막한 올림픽이 연일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승리하여 메달을 딴 선수는 인생 최고 환희의 순간을 만끽했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눈물을 흘리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만 했다. 스포츠 매니아라 할 쿠베르탱 남작에 의해 시...
    Views12804
    Read More
  2. 그들의 우정이 빛나는 이유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Views12930
    Read More
  3. 미안하고 부끄럽고

    이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사람이 없듯이 가고 싶을 때 가는 사람도 없다. 어느날 나는 지구별에 보내졌고 피부 색깔로 인해, 언어, 문화, 생활양식에 의해 분류되어 살아간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소통이 잘 될 때이...
    Views13620
    Read More
  4. 사는게 영화다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
    Views13128
    Read More
  5. 징크스

    사람은 누구나 묘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 은연중에 생기는 것이다. 바로 징크스이다. 징크스란 ‘불길한 일 또는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뜻한다. 어원은 일반...
    Views13644
    Read More
  6. 이마고(IMAGO)를 아십니까?

    현세에 일어나는 위기는 다양하다. 경제적 공황, 불신, 고립, 이제는 역병까지.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가정이다. 가정은 삶의 최전선이다. 가정이 흔들리니 관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고 사회 전반의 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기독...
    Views13952
    Read More
  7. 동병상련(同病相憐)

    나에게는 소중한 제자들이 많이 있다. 철없던 20살, 반사를 하며 가르쳤던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22살 교육전도사가 되어 지도하던 학생들. 26살부터 지도했던 중 · 고등부 청소년들. 그리고 30이 넘으며 지도하던 청년대학부까지 많기도 많다. 하지만...
    Views13626
    Read More
  8. 이사도라

    아직 젊다고 우기면 우길 수도 있는 나이지만 생을 되돌아보면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이 나이가 들수록 실감이 난다.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젠 체념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왜 살...
    Views14071
    Read More
  9. 미나리 & 이민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민은 삶의 축을 흔드는 엄청난 결단이다. 일단 이민을 왔으면 이곳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오랜 세월 ...
    Views13904
    Read More
  10. 아름다운 그림

    내 주위에는 효자가 많다. 늙으신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그들의 효성(孝誠)에 가슴이 저며온다. 만난지 38년 된 박 목사는 그 시대에 최고 인테리 부모 밑에서 교육을 받고 7남매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그는 성격이 푸근하다...
    Views14026
    Read More
  11. 사과나무는 심어야 한다

    인생은 앞날이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산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갑자기 생을 마감하는 분들을 보며 그 사실을 실감한다. 정말 시한부 인생이다. 하지만 오늘 해야 할 일을 죽을까봐 안한다면 그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비록 내일 지구의 ...
    Views13973
    Read More
  12. 그 만남이 내 수준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남으로 생이 이어진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같거나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그런그런 아이들끼리 그렇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았다. 대화의 수준도 그랬다. 그래서 부모...
    Views14311
    Read More
  13. 개똥 같은 인생?

    요즈음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마침 불어닥친 한류열풍으로 한낮 꿈이 아닌 인기와 돈이 동시에 보장된 그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예술을 하면 배가 고팠다. 하지만 진정성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표출되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
    Views130979
    Read More
  14. 그냥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셨다. 반가웠다. 그러다가 꿈속에서도 스스로 되뇌였다.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번뜩 잠이 깬 내 귀에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나는 평생 그분을 “엄마”라고 불렀다. 한번도 &lsq...
    Views14622
    Read More
  1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케이크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
    Views14132
    Read More
  16.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인생이 가볍다는 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생의 무게는 버겁기 그지없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즐거웠다. 어쩌다 먹는 짜장면, 별것도 아닌 음식이 우리를 흥분시켰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항상 정겨웠다. 저녁을 든든히 먹은 후 ...
    Views16409
    Read More
  17. 영혼의 서재를 거닐다

    사람은 누구나 지성, 이성, 감성을 가지고 있다. 이 성향이 얼마나 조화로우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눈과 귀, 촉감을 통해 판단하고 결정한다. 너무도 불확실한 것임에도 완벽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위에 ...
    Views15093
    Read More
  18. 나빌레라

    딸에게서 톡이 왔다. “아빠, 아빠가 좋아할 듯한 드라마 소개할께요. 나빌레라” 일단 “댕큐”라고 답을 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았다. 금방 빠져들었다. 주인공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획기적인 줄거리였다. 연기파 박인환...
    Views15027
    Read More
  19. 시장 인생

    나는 시장 영상을 즐겨본다.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없이 때로는 놀라는 표정으로,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장 분위기를 감상한다.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서 좋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한 직종의 시장 사람들이 날마다 똑같은 패턴으...
    Views15704
    Read More
  20.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