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08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4671163_orig.jpg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탄이 깊이 느껴지질 않으니…” 아내가 받아 친다. “나도 그랬는데요. 오늘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의 성탄 설교를 들으면서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어요.” “어, 그래!” 부러운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일반 목회를 할 때에는 교회력을 따라 목회 스케줄을 잡아 갔기에 “성탄절”이 오면 가슴이 뛰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예배를 드리고 나면 주일학교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와 각 기관에서 준비한 성탄축하순서가 이어졌다. 성가대가 오랜 시간 연습한 “칸타타”를 들으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가슴으로 느꼈다. 하지만 특수 목회(장애인 사역)를 하면서부터는 교회 절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였고 특히 성탄절이 와도 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졌다.

지난 화요일(21일) 밀알선교단 장애우들과 단원들이 꾸미는 “2010 송년의 밤”이 열렸다. 몇 년 전에는 스폰서해주는 사업체가 있어서 광고를 내어 외부 손님들까지 초청하여 성대하게 치른 적도 있지만 이제는 조촐하게 단원들끼리 성탄의 기쁨과 송년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예배 후 열린 <장기자랑> 시간에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하나 되어 숨겨놓은 “끼”를 마음껏 드러내는 귀한 순서가 이어졌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렇다. 장애인들이 장애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밀알”인 것이다. 장애인들과 함께 동요와 캐롤을 부르면서 성탄절이 가까이 왔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지난 주 미국 은행에 들렀다가 여직원이 외치는 “Happy Holiday!”란 말이 귀에 거슬렸다. 그러고보니 어디를 가나 미국 사람들은 “Merry Christmas!”대신에 “Happy Holiday!”를 외치고 있었다. 학교 게시판이고 길거리 전광판에도 모조리 “Happy Holiday!”이다. 방송에서도 노골적으로 “Happy Holiday!”를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말 그대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다. 기독교인만이 알고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성탄절이 온 인류의 축제일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Happy Holiday!”라는 말이 번지고 있다. 청교도 신앙의 터전위에 세워진 미국이 이제 노골적으로 성탄절을 평범한 휴일로 간과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으로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아주 오래전 나도 성탄절에 대해 그렇게 알고 자랐다. 겨울방학은 항상 성탄절 전에 시작되었기에 마냥 기다려지고 기분이 좋았다. “예수님이 탄생 하신 날”이라는 것보다 “루돌프 사슴코”를 먼저 알았고 “산타 할아버지”가 굴뚝을 타고 들어와 ‘머리맡에 선물을 놓고 간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 잠자리에 들 때는 양말을 벽에 걸어놓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아침이면 머리맡에 평소에 갖고 싶었던 선물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짝’ 선물을 가져다 놓는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는 것이 너무 건조해 지나보다.

어느 젊은 부부도 성탄 전야에 아이들 머리맡에 몰래 선물을 가져다 놓는 것이 낙(樂)이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그 비밀을 알아버려 “삶이 싱거워졌다”고 고백한다. 이제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아예 아이들이 직접 자기들이 크리스마스에 받을 선물 목록을 적어주고 “성탄절에는 배송이 늦어지니까 빨리 인터넷에 신청하라”고 다그치기까지 한다나. 택배가 오면 자기 몰래 신발장 어딘가에 숨겨 놓았다가 크리스마스이브 날 자기들이 자는 사이에 “머리맡에 갖다 놓으라”고 코치까지 한다. 보통 영악한 것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선물을 사다놓고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적잖은 재미였는데 이제 그것마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에게는 환상과 신비가 생명인데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성탄절은 사라지고 흥청거리며 즐기는 날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문화선교회 <팻머스>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산타클로스가 29.9%, 크리스마스트리가 13.4%를 차지하고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 그리스도”는 7.2%에 불과했다고 한다. 성인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성탄에 대한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성탄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성탄절 직전에 열리는 기업의 판촉 행사와 값비싼 디너쇼, 음악회, 놀이공원의 축하 행사가 줄을 잇고 거리에는 지극히 세속적인 노래들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성탄 카드마저도 귀신이 등장하고, 부적까지 들어있는 카드도 있다. 지인들에게 카드를 보내기 위해 마트에 마련된 카드 코너에 들렀다가 “Merry Christmas!”가 아닌 “Happy Holiday!”란 문구가 들어가 있는 카드가 훨씬 많은 것에 당황해야만 하였다. 하루 밤의 유흥을 위해 카드빚을 지는 젊은이들, 유흥가마다 고삐 풀린 죄악들로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젊은이들,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전혀 상관없이 흑암이 지배하는 타락의 밤이 되고 만 것은 이미 오랜 일이다. 성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른 채 성탄절은 밤을 새워야만 하고 향락에 젖어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성탄절을 오염시켜 왔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성탄절이 어떤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산타크로스의 날”로 알고 있다니 웃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성탄절이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어로 “사랑합니다!”라고 고백을 한다. 때로는 감동 어린 글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주심으로 표현해 주셨다. 부모는 안다. 자식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라는 것을. 그럼에도 하나님은 포기하셨다. “사랑”이라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것이다. 그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모셔 들이는 날이 크리스마스이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Love call’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외쳐야 한다. “Merry Christmas!”


  1.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선배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은 “맞아!”하며 맞장구가 쳐지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 중에 하나는 “누구나 자신이 이민을 온 그 시점에 한국이 멈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
    Views71703
    Read More
  2. 정말 그 시절이 좋았는데 5/16/2012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
    Views71570
    Read More
  3. 속을 모르겠어요! 5/9/2014

    남자들은 모이면 여자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도대체 여자들은 속을 모르겠어!”이다. 정말 여자는 팔색조이다. 연애 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을 해서 부부로 사는데도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이다. 어느 때는 ...
    Views71558
    Read More
  4.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1497
    Read More
  5. 봄비, 너는 기억하니? 6/21/2014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
    Views71406
    Read More
  6. 그 이름 그 사람  8/4/2011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71347
    Read More
  7. 음악은 인생의 친구 1/28/2011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양하겠지만 음악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Views71249
    Read More
  8. 가을이 간다 12/1/2012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가을의 입김이 매섭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다. 다행히도 태풍에 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색깔바랜 단풍들이 가녀린 손짓을 하며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습도가 없어 좋다. 상쾌한 ...
    Views71195
    Read More
  9. 나도 아프다 8/25/2010

    세상을 사는 것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는 여정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한국에는 여름이면 장마철이 찾아온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는 우기(雨期)가 그렇게 미웠다. 어느 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
    Views71186
    Read More
  10.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1143
    Read More
  11.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1053
    Read More
  12. 오늘 행복하세요! 6/3/2013

    ‘역사’(History)라고하면 굉장히 장구한 세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엮어지면서 역사의 장은 이어져 간다. 어제는 어제대로 소중하다. 또 내일이 있기에 사람들...
    Views70827
    Read More
  13.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70821
    Read More
  14. 36.5°12/23/2013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가며 몸이 더워진다. 더운 여름날에는 체온이 최고조에 이른다. 몸은 살기위해 땀을 분비함으로 체온을 조절하려 애를 쓴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소름을 일으켜 최대한 체온이 ...
    Views70718
    Read More
  15. 보리밭  8/12/2010

    삶은 참 분주하다. 한해를 시작 했는가 했는데 어느새 7월을 달리고 있다. 이달 말에 있는 “장애인 캠프”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분주함 중에도 나는 가끔 눈을 감고 내 어린 날을 추억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갑자기 &ldquo...
    Views70693
    Read More
  16. 태초에 옷이 있었다 11/25/2013

    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으로 하여금 옷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 그분이 지으신 에덴동산은 완벽한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가 범죄 한 후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만든 최초의 옷은 무화과나무 잎이었다. 사랑 많으신 하나님...
    Views70645
    Read More
  17.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70581
    Read More
  18. 감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10/8/2011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김정운 교수가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구먼’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매우 감각적이었다. 그 중에 “한국 ...
    Views70560
    Read More
  19. 버려진 노인들 8/4/2011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
    Views70558
    Read More
  20.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7044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