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18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청량리역.jpg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선배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은 “맞아!”하며 맞장구가 쳐지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 중에 하나는 “누구나 자신이 이민을 온 그 시점에 한국이 멈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수십 년간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분들은 그럴 수 있다지만 종종 드나드는 사람은 ‘그럴 리가 없다.’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면서 이민을 온지 오래된 분들과 이제 갓 이민을 온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갭’이 있음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미국의 역사와 이민자들의 애환을 그래서 많이도 들었다. 조심해야 할 부분들도 넌지시 감사하게 받았다.

 

 미국생활이 수십 년을 넘어가는 분들은 미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특히 환경적으로나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는 최고의 수준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금의 삶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반면 한국에서 갖 이민을 온 ‘이민새내기’(?)들은 낙후된 옛날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모든 면에서 발전된 한국의 모습과 위상을 강조하며 “한국이 훨씬 좋다.”며 입에 거품을 문다. 2000년 이후 한국방문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2001년에 개항한 인천공항의 우수성을 예로 들며 “꼭 한국에 가보시라!”며 거드름을 피운다.

 

 한국은 우리가 이민을 온 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것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열망을 무시한 채 가는 곳마다 부수고 바꾸며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신적 세계는 옛 생각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나는 다를 줄 알았다. 금년 4월에도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부산, 진주, 대전, 용인을 거쳐 서울에서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유행가 가사처럼 여기저기를 찍고 다닌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새삼 깨달은 사실이 있다.

 

 어디를 가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건만 정작 내 머릿속에 그곳은 그냥 그대로였다. 아니 그대로여만 하였다. 스스로 놀랐다. 나는 서울에서 30년을 살았다. 10대를 홍릉(청량리)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청량이 경찰서” 앞에서부터 청량리 로터리까지 펼쳐진 마로니에는 어린 나에게 4계절 감성을 불어 넣어주었다. 사대부고가 서있던 자리에는 공무원훈련장이 들어오더니 언제부터인가 아파트가 즐비하게 올라가고 이제는 고층 상가가 그 추억을 지워버렸다. “대왕코너”가 서있던 자리에는 “롯데백화점”이 그 위용을 과시하며 서있다. 백화점 밑으로 전철과 국철이 연결되어 어디든 갈수 있는 교통의 “허브”가 되어있다.

 

 하지만 내 머리에는 10대에 거닐던 청량리로 각인되어있다. 청량이 역 앞에는 시계탑이 있었다. 1985년 가을, 그 시계탑 밑에서 묘령의 여인과 첫 만남을 가졌고 지금 그 여인은 내 곁에서 아내로 30년을 함께 살고 있다. 역 앞 “대왕코너”에 처음으로 “에스컬레이터”가 개통 되었을 때에 악동들은 핑계 김에 그것을 타려 학교가 파하면 대왕코너로 향했다. 동일극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2층에 우리가 드나들던 ‘단골분식센터’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분식센터에도 <뮤직박스>가 있어 DJ가 음악을 틀어주었다. 그 곁에는 “나포리다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1972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어 호기심에 첫 열차에 승차했고 그 차표는 지금도 내 앨범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대왕코너”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대왕코너는 이상하게 화재가 많이 발생하여 희생자도 많이 냈다. 우여곡절을 겪었고 “맘모스 백화점”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롯데백화점”으로 바뀌었다. 번잡스럽기는 했지만 대왕코너, 동일 극장이 마주한 로터리의 정취는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있다. 그 자취는 이미 다 사라져 버렸는데 말이다.

 

 종로에 나간 날,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에 뛰어 들어가 비닐우산을 사야만했다. 6,000원이었다. 한국 편의점에는 없는 것이 없다. 구입한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거닐었다. 이내 마주한 친구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이제 나도 진짜 이민자가 되었나봐!’ 뜻 모를 내 말에 친구는 이유를 물어왔다. 장황한 설명을 하고는 외쳤다.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음 좋겠다. 아니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친구도 동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비 내리는 창밖을 응시했다. 갑자기 내 눈앞이 뿌예졌다.


  1.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1726
    Read More
  2. 정말 그 시절이 좋았는데 5/16/2012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
    Views71576
    Read More
  3. 속을 모르겠어요! 5/9/2014

    남자들은 모이면 여자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도대체 여자들은 속을 모르겠어!”이다. 정말 여자는 팔색조이다. 연애 할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을 해서 부부로 사는데도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이다. 어느 때는 ...
    Views71568
    Read More
  4. 이민 전설 10/8/2011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익숙한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어떻게 미국에 오시게 되셨습니까?” 사연은 가지가지이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이 영주권을...
    Views71500
    Read More
  5. 봄비, 너는 기억하니? 6/21/2014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
    Views71412
    Read More
  6. 그 이름 그 사람  8/4/2011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71355
    Read More
  7.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1261
    Read More
  8. 음악은 인생의 친구 1/28/2011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양하겠지만 음악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Views71258
    Read More
  9. 가을이 간다 12/1/2012

    아침 저녁 일교차가 심해지더니 이내 차가운 가을의 입김이 매섭다. 어느새 가을이 가고 있다. 다행히도 태풍에 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색깔바랜 단풍들이 가녀린 손짓을 하며 아직도 가을이 머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가을은 습도가 없어 좋다. 상쾌한 ...
    Views71197
    Read More
  10. 나도 아프다 8/25/2010

    세상을 사는 것은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는 여정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가며 안다. 한국에는 여름이면 장마철이 찾아온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하던 어린 시절에는 우기(雨期)가 그렇게 미웠다. 어느 날,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
    Views71197
    Read More
  11.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71061
    Read More
  12. Merry Christmas!!! 12/24/2010

    아내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섭씨 영하 5°로 체감온도는 상상을 초월할 매서운 추위가 등줄기를 식혀버렸다. 차가 움직이면서 혼자 말처럼 중얼 거렸다. “나만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성탄절이 가까워져도, 캐롤송을 불러도 성...
    Views70834
    Read More
  13. 오늘 행복하세요! 6/3/2013

    ‘역사’(History)라고하면 굉장히 장구한 세월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오늘이 반복되는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엮어지면서 역사의 장은 이어져 간다. 어제는 어제대로 소중하다. 또 내일이 있기에 사람들...
    Views70832
    Read More
  14. 36.5°12/23/2013

    사람의 정상 체온은 36.5°이다. 기분이 좋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가며 몸이 더워진다. 더운 여름날에는 체온이 최고조에 이른다. 몸은 살기위해 땀을 분비함으로 체온을 조절하려 애를 쓴다. 반면 날씨가 추워지면 온몸에 소름을 일으켜 최대한 체온이 ...
    Views70724
    Read More
  15. 보리밭  8/12/2010

    삶은 참 분주하다. 한해를 시작 했는가 했는데 어느새 7월을 달리고 있다. 이달 말에 있는 “장애인 캠프”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 분주함 중에도 나는 가끔 눈을 감고 내 어린 날을 추억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은 갑자기 &ldquo...
    Views70709
    Read More
  16. 태초에 옷이 있었다 11/25/2013

    하나님은 태초에 사람으로 하여금 옷 없이 살 수 있도록 창조하셨다. 그분이 지으신 에덴동산은 완벽한 파라다이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가 범죄 한 후 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만든 최초의 옷은 무화과나무 잎이었다. 사랑 많으신 하나님...
    Views70655
    Read More
  17.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70602
    Read More
  18. 감탄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10/8/2011

    한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김정운 교수가 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간이 바깥으로 나온 사나이구먼’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매우 감각적이었다. 그 중에 “한국 ...
    Views70573
    Read More
  19. 버려진 노인들 8/4/2011

    여행사에 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받아드니 하시는 말이 “아가씨, 오늘 날씨가 어떻대요?” 기가 막히다. 바빠서 허둥대는 사람에게 겨우 묻는 것이 날씨라니. “예, 오늘은 좀 덥구요. 오후에는 소나기도 온답니다.” 실제로 필라델...
    Views70570
    Read More
  20. 차라리 다리가 없으면--- 4/5/2014

    모두가 건강하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이란 단어자체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인생을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평생 시각장애로 살아가느니 차라리 다리가 하나 없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앞이 보이지 않아 ...
    Views7044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