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10.23 13:35

창문과 거울

조회 수 1808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창문과 거울.jpg

 

                    

                                                   

  집의 경관을 창문이 좌우한다. 창문의 모양과 방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시야로 흡수되고 느낌을 풍성히 움직인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통유리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창을 통해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을 바라보는 것이 로망이었다.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런대로 전망이 좋은 편이다. 뒷뜰 쪽으로 난 커다란 창은 사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어린아이들은 창문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편다. 저 산 너머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줄 안다. 떠오른 무지개를 보며 비단길을 갈 것 같은 꿈에 부푼다. 무한대에 상상을 하는 것이다.

 

 

 

  창호지에 익숙했던 시대에 창문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가장 처음 만난 창문은 교실 창이었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창문에 호호입김을 불어넣고 친구랑 그림과 글씨를 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겨울이 되어 날이 추워지면 성에가 끼어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였다. 수업 중에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얼굴을 찡그리게 했고 창에 비추인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창문에 어려오는 그림이 나를 들뜨게 하였다. 봄에는 아지랑이와 꽃들, 여름에는 소나기와 구름의 향연, 가을이면 춤추듯 나풀대며 날아 떨어지는 낙엽. 겨울이면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눈이 어린 마음에 판타지를 안겼다.

 

 

 

  창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사람들을 만났고 현재와 과거를 보았다. 시간의 문과 같은 창문은 사람들을 다양한 풍경으로 이끌어간다. 색다른 상황을 만나게 하고 변해가는 창밖에 색깔을 보며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편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소리에 마음은 종잡을 수 없는 곳으로 달려 나아간다. 창문에 가만히 기대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내가 서 있는 공간과 창을 사이에 두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빛의 움직임을 가만히 음미해 본 적이 있는가? 창문은 우리를 자신에게서 해방시켜 주고 타인을 향해 나아가게도 한다.

 

 

 

  가진 것이 많이 있음에도 가슴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는 어떤 부자가 지혜자를 찾아와 상담을 했다. 지혜자는 그 부자를 창문 앞으로 인도한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사람들이 보이네요. 모두가 활기 넘쳐 보이는군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이번에는 부자를 거울 앞으로 데리고 갔다. 같은 질문을 했다.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울하고 이기심 많은 얼굴이네요.” 이내 지혜자가 입을 연다. “창문이나 거울이나 똑같은 유리로 만들어졌지요. 유리를 통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아름다운 세상도 볼 수 있지요. 유리는 시선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울은 은색으로 유리를 막고 있기에 자신밖에 볼 수 없다오. 결코 행복할 수 없지요.”

 

 

 

  그 말처럼 자신만 보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성곽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거울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면 필연코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살핀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지지만 거울 앞을 떠나면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거울을 치장을 위한 도구라고 할 수만은 없다. 거울을 영혼을 들여다보는 훌륭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거울에 비추이는 내 모습을 보며 내면이 드러남을 감지해야 한다. 그래서 도박장에는 거울이 없는 것일까?

 

 

 

  눈을 통해 상대방을 보듯이 거울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해 물어야 한다. “너는 도대체 누구니?” 그러면 거울 속에 내가 대답을 할 것이다. 창문과 거울. 이것이 나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이다. 이 둘은 서로 상반되고 배척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두 가지 가능성이다. 창문과 거울은 일상적인 것이다. 사소하게 취급되고 쉽게 잊어버리는 일을 창문과 거울은 되찾아 온다. , 나를 알게 해주고 남을 알게 해준다. 창문과 거울을 통해 삶에 대한 이중적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모색하게 할 뿐아니라 인류의 삶을 새롭게 인도하게 되는 것이다. 날마다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창문과 거울을 통해 거듭해야 할 것이다.

 


  1.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53
    Read More
  2.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63
    Read More
  3.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383
    Read More
  4.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906
    Read More
  5.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51
    Read More
  6.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76
    Read More
  7.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94
    Read More
  8.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59
    Read More
  9.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45
    Read More
  10.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39
    Read More
  11.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22
    Read More
  12.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64
    Read More
  13.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93
    Read More
  14.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69
    Read More
  15.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96
    Read More
  16.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401
    Read More
  17.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66
    Read More
  18.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30
    Read More
  19.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210
    Read More
  20.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