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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jpg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는 바로 그곳에 나란히 자리한 산소 두 개였다. 친구들과 동리에서 놀다가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 올 때가 문제였다. 거의 집에 당도할 즈음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무덤 두 개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서웠다. 그때는 귀신이야기가 많기도 많았다.

 

천천히 걸어오다가도 집이 가까워지면 부실한 걸음이지만 바삐 움직였다.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번개처럼 대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귀신이 뒷덜미를 낚아채는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해 왔기 때문이다. 어린 나는 악몽을 많이 꾸었다. 그 당시 흔하게 퍼져 다니던 전설처럼 밤중만 되면 산소를 가르고 나오는 노인부부의 형상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어머니는 한밤중에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깨는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셨다. 그리 길지 않는 세월이었지만 그때만큼 죽음을 깊이 생각한 시기도 없었던 것 같다. “죽음은 무엇일까?” 초등학교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졌던 질문이었다. 전혀 신앙배경이 없는 내가 교회를 쉽게 찾게 된 것은 어린 시절에 다가온 “죽음에 대한 공포”가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좋게 말하면 어릴 때부터 종교성이 풍부했다고나 할까?

 

내 삶에 충격적인 기억은 앳된 나이에 외할아버지의 시신이 땅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사람들이 누런 색깔에 베로 둘둘 싸여진 시신을 관에서 꺼내(내 고향 포천에서는 탈관을 함) 매장하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내 시야를 가리려 애썼지만 기필코(?) 나는 그 금기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어린 마음이기에 무서웠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1학년 여름. 양평군 “지제”(지평)에서 살 때였다. 아버지가 경찰인 까닭에 나는 영화를 자유자재로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그 당시 경찰관 가족에게는 극장 프로가 바뀔 때마다 초대권이 꼬박꼬박 주어졌다. 그때 본 영화가“지옥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런 무서운 영화를 보았는지 의문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영화는 윤회설을 근거한 불교영화였다. 영화장면 중에 지옥이 나오는데 무서운 불구덩이와 뱀들이 우글거리는 장면은 끔찍했다.

 

이런저런 성장과정을 통해 나는 일찍부터 ‘죽음’이라는 명제를 생각하며 살았다. 사람이 처음 태어날 때에는 모든 것이 두렵고 의심스럽고 불안하다. 그래서인지 모든 아기는 울면서 태어난다. 그러나 이 세상을 떠나 갈 때는 갈래 길에 서게 된다. 내가 누구이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가는 사람은 웃으면서 갈 수 있다. 어떻게 웃으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삶에는 요령이 있고 수준이 있다. 의식 수준에 따라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된다.

 

가곡 “이별의 노래”(박목월 시, 김성태 곡)가 가슴으로 다가온다. “1.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2. 한 낮이 기울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3.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아~ 아~ ”가 클라이막스건만 글로 표현하려니 한계가 있다. 그렇다. 언젠가 우리는 가야만 한다. 그 길을 가는 데는 예외가 없다.

 

공교롭게도 칼럼을 다듬어 가는 순간, “전 김영삼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들었다. 그는 암울한 시대에 청년들의 가슴에 민주화의 불길을 붙였던 기수였다. “위대한 국민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억센 경상도 억양의 외침이 귀에 쟁쟁하다. 그도 88세를 일기로 먼 길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신학동기들 중에도 젊은 나이에 천국으로 간 친구들이 있다. 그립다. 언젠가 나도 떠날 때가 오겠지?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을 울리며 떠나고 싶은 것은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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