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6.09 16:32

노인의 3苦

조회 수 5530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노인 고독.jpg

 

 나이가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만나면 묻는 것이 연세이다. 어떤 분은 “얼마 안 먹었습니다.”하고는 고령의 나이를 드러낸다. 분명히 나이를 물었는데 대답은 태어난 연도를 대답하는 분도 계시다. 머리로 계산을 하려면 복잡한데 말이다. 어제도 94세의 어르신을 만났다. 정정한 모습이 보기 좋았고, 은근한 희망사항이 되었다. 건강해 보이기는 하는데 귀가 절벽인 분을 만난다. 대화가 안 되니 답답하다. 반면, 아직도 한창인 나이인 60대에 생을 접는 분들이 있다. 어쩌다 마주치면 그렇게 좋아하며 달려오던 분이 ‘왜 요사이 뜸한가?’했는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단다. 불그스름한 홍안이 건강해 보였는데 말이다. 사람일은 참 모를 일이다.

 

 왜 사람은 장수하기를 원할까? 한마디로 삶의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누리고 싶은 본능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병마에 시달리며 노년을 보내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문제는 그게 사람 마음대로 안 된다는 데 있다. 회자되는 말처럼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일만 앓고 죽는다)는 행운 중에 행운이다. 생명은 오직 그분에게 맡길 뿐이다.

 

 늙은 남자가 당면하는 3苦가 있다. 첫째는, 빈고(貧苦)이다. 50~60년대의 지독한 경제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족을 부양했다. 나는 못 배우고 못 먹어도 자녀 교육에 온힘을 쏟았다. 장성하여 버젓한 직장에 다니며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이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빈껍데기 집 하나뿐이다. 생일이나 명절 때에 자녀들이 찾아와 “용돈하시라.”고 봉투를 내어민다. 그것도 어느 집은 어머니 쪽만 드리고 아버지에게는 시치미를 뗀다. 할아버지는 물만 먹고 사는가? 그래서 늙은 남자들은 외친다. “나이가 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두 번째는, 병고(病苦)이다. 내가 다니며 자주하는 말이 있다. “나이 70이 넘으면 다 장애인”이라고. 질병에 장사는 없다. 돈 없고 몸은 아프고 이를 어쩌랴. 거동이 불편하면 퇴물이 되고 만다. 내가 존경하고 의지하던 분이 계셨다. 80 고령에도 청년 같은 패기로 귀감이 되어주셨다. 하지만 어느 날 뇌졸중이 찾아와 반신불수가 되며 널싱 홈으로 삶의 터전이 옮겨졌고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고 활동적이던 분이 그런 상황이 되니 더 못 견뎌 하는 모습을 보았다.

 

 세 번째는, 고독고(孤獨苦)이다. 늙은 남자에게 고독은 견디기 힘든 언덕이다. 고산 “윤선도”는 비경이 펼쳐지는 ‘보길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 기약 없는 세월을 지내며 그는 호(號)를 “고산”<외로울 고(孤) 뫼 산(山)>이라 붙였다. 오우가(五友歌)에서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水, 石, 松, 竹, 月)을 친구로 불렀다. 물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불변성을, 바위는 우직하게 자리한 영원성을 예찬한다. 소나무의 지조와 대나무의 절개, 그리고 달의 밝음과 과묵함을 그는 사랑하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다. 거기에서 <어부사시사>라는 위대한 작품을 창출하게 된다. 그는 시인 · 문신 · 작가 · 정치인이자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후대에 남긴다.

 

 빈고(貧苦), 병고(病苦), 고독고(孤獨苦)를 피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해도 중년에 접어들면 자신의 노후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지금 벌이가 ‘쏠쏠’(?) 할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되겠지?’처럼 무식하고 용감한 생각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을 자신하기보다 조심하고 유의해야 한다. ‘골골 80’이라는 말이 있다. 약한 사람은 건강관리를 하는데 건강한 사람은 방심하다가 한순간에 ‘훅’ 가버린다. 고독도 젊을 때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베풀고 산 사람은 결코 외로워지지 않는다.

 

 늙는 것을 누가 막으랴! 나이에 걸 맞는 내 삶을 찾아가는 것이 빛나는 노년을 누리는 최대의 비결이다.


  1.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55
    Read More
  2.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227
    Read More
  3.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892
    Read More
  4.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42
    Read More
  5.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57
    Read More
  6.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88
    Read More
  7.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47
    Read More
  8.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36
    Read More
  9.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29
    Read More
  10.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14
    Read More
  11.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58
    Read More
  12.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84
    Read More
  13.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56
    Read More
  14.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85
    Read More
  15.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89
    Read More
  16.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60
    Read More
  17.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10
    Read More
  18.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94
    Read More
  19.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47
    Read More
  20. 미묘한 결혼생활

    가정은 소중하다. 천지창조 시 하나님은 교회보다 가정을 먼저 만드셨다. 그 속에는 가정이 첫 교회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 참교회의 모습을 계시하셨고 파라다이스를 경험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아담을 지으신 후 “독처하는 것...
    Views1703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