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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gif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적어도 미국 비에는 붙여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비를 비로 보지 못하고 비를 맞음으로 신체의 유해한 일들이 생겨날 것이라는 궁상스러운 생각을 가질 때에 비를 정겹게 바라볼 여유는 사라진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훈기를 머금고 내리는 봄비는 반갑고 정감을 더한다. 그리 거세지 않게 잔잔히 내리는 봄비는 그래서 가만히 가슴을 달뜨게 한다.

3~4월 봄이 시작되면 입술을 ‘달삭’ 거리며 흥얼거리는 찬송가가 있다. 20대 초반 유년 주일학교를 지도하며 부르던 어린이 찬송가이다. ‘꽃가지에 내리는 가는 빗소리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어보면은 너희들도 이 꽃처럼 맘이 고와라~ 너희들도 이 꽃처럼 맘이 밝아라~’ ‘샛별 같은 두 눈을 사르르 감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노라면 우리 주님 마음에 하시는 말씀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 아이야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 앞에서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율동하는 여선생의 율동동작도 정겹거니와 선생님의 손동작과 표정을 따라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앙증맞을 수가 없었다.

마침 알맞게 쏟아지는 봄비와 찬송가는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촉촉이 봄비를 머금고 흔들어대는 화초 이파리와 가끔 그곳에 달라붙어 당황하는 청개구리의 자태가 봄 그림을 이어갔다. 작디작은 청개구리, 가만히 들여다보아야 그 자태를 알아차리는 존재. 봄비를 맞으며 청개구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손을 내어밀면 봄비는 약간의 간지러움을 안고 손과 팔에 내려앉았다. 더디 내리는 물방울은 모이고 모여 서서히 흘러내렸다. 손바닥에 내려앉은 빗방울을 가만히 쏟아버리다 보면 얼굴까지고 봄 색깔로 얼룩져 갔다.

세상 음악에 빠져 살던 내가 모든 것을 청산(?)하고 신학대학에 들어갔고 이후 내 입에서는 찬송 외에 노래는 사라졌다. 어쩌다 라디오에서 그리도 좋아했던 가요가 나와도 듣기만 할뿐 절대 따라하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정태기 교수님을 만나고 내적 치유를 받으며 타락(?)해 버렸다. 20년이 넘게 금기시하던 가요를 열창하는 배반아가 된 것이다. 찬송가는 찬송가대로의 사명이 있고 이 세상에 탄생한 노래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이 가곡, 동요, 일반가요에 절절히 녹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픔, 슬픔, 좌절, 그리움, 그리고 고마움과 감사, 등이 삶의 고백으로 묻어나오는 통합된 진정한 찬송가임을 알게 되었다.

요즘 나의 찬송가는 당연 봄노래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나뭇가지들, 그리고 잎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생명력에 콧등이 시큰해진다. “동면(冬眠)은 작은 죽음이다.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것, 복종하는 것이다. 추위를 맞는 모든 방법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것이다. 앙드레 지드도 말했다. 아프리카의 열대 지방 꽃들은 꽃이 아니라고. 겨울에 구근 속에 잠들어 있다가 봄이 되어 꽃을 피울 때 비로소 그것은 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의 계절은 여름의 소낙비 속에서 왕성하게 초목들이 자라는 여름 벌판에 있지 않다. 우리의 상식을 비웃고 정말 대지가 살아 있는 때는 눈 덮인 겨울철이다“ <이어령의 신간/ ‘생명이 자본이다' 내용 중>

그 겨울의 동면을 털고 나오는 파릇파릇한 잎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뭉클 해진다. 봄비가 내리는 다음 날 기대되는 것은 물 먹은 꽃망울과 가지들이 밤새 밖으로 나오려 애 쓴 흔적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생명력들을 감격으로 만나는 ‘봄비’에 관한 노래가 많기도 많다. 노래는 나의 찬송되어 기도되어 그리움 되어 퍼져나간다. 행복한 삶의 감격들.. 이렇게 찬송할 수 있어 감사이다. 봄비를 맞으며 그 비를 머금고 생명은 활기를 더한다. 우리 인생에게도 그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삶의 생기를 더하는 싱그러운 봄비 같은 존재가 임하였으며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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