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8.12.29 15:23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조회 수 368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새벽송.jpg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마치 두 대의 기타가 함께하는 것처럼 소리가 웅장하고 청아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시작으로 찬송과 복음성가로 옮겨가다가 청년시절 즐겨 부르던 포크송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장장 5시간동안 공연을 펼쳤다. 마트를 들어서던 지인들이 깜짝 놀라 다가선다. “아니, 목사님, 이런 것도 하세요? 구세군으로 오셨어요?” 이내 이유를 알고 냄비 속에 정성어린 성금을 넣어준다. 그 모습이 정감 넘치고 고맙기 그지없다. 이 귀한 사역에 동참한지도 어느새 10년을 넘어서고 있다.

 

  성탄절이 한해의 끝자락에 있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이다.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누구나 원인모를 서러움에 사로잡힐 수 있건만 성탄이 있기에 사람들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희망으로 새해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성탄절이 다가올 때마다 기억나는 것은 아스라이 스쳐가는 새벽송이다. · 고등부 전도사 시절부터 나는 새벽 송을 이끄는 선발대에 서야했다.

 

  그 시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교인이 교회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기관별로 발표회를 가졌다. 앳된 영 · 유아부 아가들의 재롱잔치로부터 성극이 이어지고 성가대의 칸타타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나면 기관별로 선물교환 시간을 가진다.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자정 무렵 떡국 한 그릇을 먹은 후 새벽송이 시작되었다. 장년, 청년을 중심으로 간간히 학생들이 섞여 팀을 짜고 지역별로 분산되어 가가호호 방문하며 새벽송을 돌았다.

 

  맨 앞에는 새벽송 대원임을 알리는 창호지에 빨간 십자가를 그린 청사초롱이 자리했다. 성도 집에 도착하면 찬송을 부른다. “고요한밤 거룩한밤, 그 어린 주예수, 기쁘다 구주오셨네, 저들밖에 한밤중에” 4곡 중 그때그때마다 2곡을 선정하여 불렀다. 찬송이 시작되면 배시시 문이 열리고 눈을 비비며 나와 함께 서서 합창을 했다. 찬송이 끝나면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외친다. 그리고는 내어 민 쌀 포대자루에 차곡차곡 선물이 채워진다. 점점 무거워지는 선물보따리를 지고 따라오던 어린 남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대개 쵸코파이, 과자 사탕종류가 주를 이뤘다. 무거워도 선물 자루를 지는 짐꾼들(?)의 모습은 행복했다. 모아진 선물은 가까운 곳에 있는 고아원이나 어려운 사정의 이웃들에게 배부되어졌다. 그런데 이제 그 새벽송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GNP가 올라가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개인주의에 익숙해져가는 세태에서 새벽에 집집을 오가며 부르는 새벽송을 소음으로 간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70년대에는 새벽이면 교회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그랑 땡그랑이후에는 차임벨로 바뀌더니 이제는 새벽종소리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이다.

 

  무엇보다 새벽송이 사라진 것은 아쉽기 그지없다. 한국 전역이 도시화되면서 이제 새벽송은 설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주거 환경이 아파트로 변하다 보니 불편하기도 하고 신앙이 없는 분들이 소음으로 신고하는 사태가 빈번해 지면서 슬그머니 새벽송 전통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성탄의 아름다운 추억들도 하나둘 지워져갔다. 새벽송은 오래 되어 겉장이 떨어져 나간 그림책이나 색갈이 바래 누렇게 변해버린 이야기책 안에서만 숨죽이고 있는 것이다.

 

  풍족하지 않았지만 그 시절에는 새벽송이 있었기에 크리스마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정겹게 다가갔었다. 가난하고 삶의 환경도 누추했지만 그 당시의 성도들의 마음만은 그래서 부요했었다. 작은 것을 나누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감사가 넘쳤다. 새벽송을 돌며 코끝에 마주치던 차가운 공기는 마치 베들레헴 들판에서 양 틈에 자던 목자들이 느꼈던 공기와도 같았다. 성탄의 계절에 그 때 그 시절의 새벽송을 그리워해 본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1.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43
    Read More
  2.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56
    Read More
  3.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274
    Read More
  4.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892
    Read More
  5.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42
    Read More
  6.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58
    Read More
  7.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88
    Read More
  8.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49
    Read More
  9.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38
    Read More
  10.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30
    Read More
  11.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15
    Read More
  12.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60
    Read More
  13.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86
    Read More
  14.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58
    Read More
  15.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85
    Read More
  16.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89
    Read More
  17.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60
    Read More
  18.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12
    Read More
  19.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196
    Read More
  20.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