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42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가을.jpg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추수리던 그 시간 “밀알선교단에 교회건물을 기증하고 싶다.”는 목사님의 제의를 받았다. 가슴이 뛰었다. 건물을 인수하는 절차에 들어가며 그날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나라도 더 챙겨가려는 세태가 만연한 이때에 장애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는 목사님의 모습에서 “예수님”을 보았다. 그렇게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기적의 주인공이 되었다.

돌아볼수록 엄청난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기적을 일으켜 놓으시고도 시치미를 떼고 내려다보시는 하나님의 눈길 앞에 오늘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살고 있다. 이사를 하자마자 “밀알의 밤”을 열었고 행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입당감사예배” 대사를 치렀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가을의 품속이다. 숲속을 내달리며 쏟아지는 낙엽의 향연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윤달이 끼어서인지 금년 가을은 속도가 느려진 것 같다. 가을은 “갈”이다. “금방 지나간다.”는 의미이다. 가을의 품속에서 겸손을 배운다.

무성하고 현란하던 이파리를 아무 미련 없이 떨쳐버리는 나무의 냉정함. 바람을 벗 삼아 정든 나무와의 이별을 멋지게 고하며 날아가는 낙엽. 저만치 땅에 떨어져 서서히 거름이 되어가는 그 모습이 어쩌면 인생의 길과 흡사하다. 봄기운을 느끼며 고개를 내어밀던 새순이 서서히 성숙해 가고 그 초록의 깊이를 더해간다.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잎이 자리를 잡으며 나무는 멋진 단장을 거듭하고 여름 한복판에서 청춘의 정점을 찍는다. 아침에 햇살이 비추이기 시작하면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은 잰 걸음으로 춤을 추며 청춘을 노래한다.

그래서 청춘은 초록이다. 누군들 그 시절이 없었으랴!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열정. 사랑이 고파 고뇌하던 시간들. 미래가 보이지 않아도, 배가 고파도 청춘은 행복했다. 우리 청춘은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들로 산으로 캠핑을 떠났다. “군용텐트, 버너, 그리고 라면.” 우리세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들이다. 배가 그리 고픈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넉넉함하고는 거리가 먼 시절을 보냈다. 일종의 ‘얼치기(낀)세대’ 라고 해야 할까? 머리를 기르면 “장발단속”이 기다렸고 밤을 새우려면 “야간통행금지”가 발목을 묶었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수없는 좌절과 최소한의 자유 속에서도 우리는 풍류를 잃지 않았다. “대학가요제”로 시작하여 온갖 “가요제”는 우리세대의 산물이다. 군부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돌이켜보면 뿌연 회색의 시간이었지만 기타가 있어 내 청춘은 행복했다.청춘이 오래갈 줄 알았다. 아니 영원히 우리는 청춘일 줄 알았다. 그런데 푸르디 푸르던 초록이 어느 날 지쳐 낙엽이 되듯이 우리 청춘도 색깔이 바래갔다.

인생의 꿈을 보란 듯이 펼칠 40대에 IMF를 만나 허덕이고,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도둑?)의 희생양이 될 줄이야! 아이들이 어릴 때에 어머니에게 맡기며 외출을 할라치면 “아빠, 엄마 언제와?”를 반복해 물었다. 언제까지나 어릴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고 공부와 직장을 찾아 ‘훨훨’ 날아가 버렸다. 실로 ‘빈 둥지’에서 이제는 아이들을 마냥 기다린다. 어쩌다 집에 온 아이. 와서 반가운 만큼 떠나갈 때에 서운함을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자리에 서있다.

오늘은 아내가 “낙엽을 치우자.”고 했다. 온갖 색깔의 낙엽을 긁으며 상념에 젖는다. ‘그래 너희들도 한때는 청춘이었지! 새들이 날아들어 타지 소식을 전해주고 때론 예쁜 나비가 날아 앉아 가슴을 달뜨게 했겠지? ‘윙윙’거리는 벌떼가 주위를 맴돌며 친구가 되어주고 말야! 이제 바랜 색깔을 훈장 삼고 떠나가는구나!’가슴이 시릴만큼 현란한 단풍,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가을낙엽. 가만히 읖조려 본다. “우리에게도 청춘이 있었다.” 가을을 가슴에 담는다. 늙어가지 않고 멋있게 익어 가리라!


  1. 시각장애인의 아픔

    “버스정류장의 안내 음성이 들리지 않아 버스를 잘못 탄 적이 있습니다. 민원에 따라 소리를 줄이면 시각장애인인 저는 출근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서울시에 거주하는 제모(32세· 시각1급)씨는 2년 전부터 출근길이 불안하기만 하다. ...
    Views15351
    Read More
  2. 습관

    사람은 누구나 독특한 습관이 있다. “피는 못 속인다”고. 대를 이어 가는 습관도 있다. 알코올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상처를 받고 살았으면서 그 추한 모습을 대물림한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그렇게 증오하던 자식이 여전히 그 ...
    Views14761
    Read More
  3. 아무리 익숙해 지려해도 거절은 아파요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진다. 반복되면 능숙해지기도 하련만 고비를 넘어서면 더 높은 능선이 길을 막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성취감에 행복해하기도 하지만 실패의 아픔을 겪으며 뒹굴어야만 한다. 거절과 실패는 익숙해질 수 없는 끈질긴 친...
    Views274332
    Read More
  4.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세월

    세월의 흐름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 팬데믹에도 한해가 바뀌고 또다시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 눈과 강풍, 날마다 번져가는 역병. 살면서 이렇게 답답하고 곤고한 때가 있었을까? 초반에는 당황함으로, 시간이 지나며 현실을 받아들이며 체념하다가도 희망의...
    Views15896
    Read More
  5. 장애의 벽 넘어 빛나는 졸업장

    한국은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하지만 금년은 COVID-19 여파로 빛이 바랬다. 4년의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모습은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눈에도 귀해 보이거니와 스스로도 커다란 성취감을 맛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지만 험난한 시국을 만나 영상으로...
    Views16244
    Read More
  6. 저만치 다가오는 그해 겨울

    눈이 온다. 근래 큰 눈이 오지 않아 푸근한 겨울을 꿈꾸었건만 2월에 접어들며 벼르기라도 한 듯 폭설이 일주일 간격으로 퍼붓고 있다. 나는 처음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왔다. 낯선 미국 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 희미하게 잊혀졌던 사람을 먼 미국 땅에...
    Views16462
    Read More
  7. 금수저의 수난

    지난 2월 5일. 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당사자로 나서게 되었다. 김희국 의원이 물었다. “지금 버스 · 택시 요금이 얼마입니까?” 장관이 즉각 답변을 못하면서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중에는 “카...
    Views16289
    Read More
  8. 아내 말만 들으면

    우리 세대는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자라났다. 아버지의 존재는 실로 무소불위였다. 가정 경제의 키를 거머쥐고 모든 결정을 아버지가 내렸다. 엄마는 뒤에서 뭔가 궁시렁거릴 뿐 그 권세 앞에 아무 힘도 쓰질 못했다. 그 기세가 아들인 우리들에게도 이어질 줄...
    Views15551
    Read More
  9. 다리없는 모델 지망생 “구이위나”

    사람이 위대한 것은 어떤 장벽도 넘어설 수 있음을 꿈꾸며 도전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가 있다. 불가능한 일은 아예 엄두도 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는...
    Views15744
    Read More
  10. 삶은 소중한 선물

    신년벽두 아가 ‘정인’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재롱을 부리는 아가의 모습, 겨우 18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떠나간 생명을 보며 세상이 얼마나 악해졌는가를 실감했고 그렇게 태어나 떠나가는 아이들이 더 있...
    Views16832
    Read More
  11. 나만 몰랐다

    “김치만 먹는 개”라는 영상을 보았다. 개는 늑대의 후손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먹고 남은 찌꺼기를, 이제는 사료를 먹지만 개는 사실 육식동물이다. 그런데 이 개는 김치만 먹는다. 그것도 아주 매운 김치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그 이유가...
    Views16917
    Read More
  12. 군불

    새벽녘에 잠이 깨었다. 무서운 꿈을 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단잠이 달아나 버렸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겨울비가 금방 잠이 깬 내 의식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고향 사랑방 아궁이가 화면처럼 다가왔다. 어린 시절, 나는 방학만 하면 고향으로 향했다. ...
    Views16662
    Read More
  13. 시간을 “먹는다”와 “늙는다”

    새해가 밝은지 8일 째다. 비상시국이기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새해맞이를 하였다. 이럴때는 내가 목사라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성찬식도 거행했다. “지난 한해동안 성찬을 전혀 대하지 못했다.”는 딸의 말이 마음에 걸렸...
    Views16188
    Read More
  14. 2021년 첫칼럼 / 마라에서 엘림으로!

    새해가 밝았다. 듣도 보도 못한 역병이 창궐하며 지난해는 암흑으로 물들여졌었다. 사람들은 물론이요, 어느 장소, 물건을 가까이 할 수 없는 희한한 세월을 보냈다. 문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절박한 상황이 새해라는 희망...
    Views16960
    Read More
  15. 세월은 쉬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린 시절 남한강 줄기에서 자랐다. 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과 느낌을 달리한다. 언덕 위에서 볼 때는 마냥 푸르고 잔잔해 보이지만 모래사장에 내려서면 잔잔히 출렁이는 물결이 건너편을 저만치 밀어낸다. 물가에서 보면 만만해 보이지만 일단 몸...
    Views16287
    Read More
  16. 테스형

    지난 추석 KBS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라는 야심 찬 기획을 세운다. 무려 11년 동안 소식이 없던 그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이슈였다. 이혼과 조폭 연루설로 인해 힘들어하던 시기 대중 앞에서 “바지를 내리겠다”고 외치며 ...
    Views16395
    Read More
  17. It is not your fault!

    인생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평생 그렇게 바쁘게 돌아치며 살고 있을까? 분명히 뭔가 잡으려고 그렇게 달려가는데 나중에는 ‘허무’라는 종착역에 다다르게 되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것을 원 없이 누렸던 솔로몬은 유언처럼 남긴 전도서에서 ...
    Views16563
    Read More
  18. 지연이의 효심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가족들의 아픔은 말로 표현이 안된다. 우연히 마트에서 손에 약봉지를 든 지인과 마주쳤다. “누가 아파요?” “제 아내가 루게릭병으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
    Views17116
    Read More
  19. 1회용

    바야흐로 1회용품이 상용화된 시대이다. 컵부터 시작하여 세면용품, 밴드, 도시락, 가운, 렌즈, 면도기, 카메라, 기저귀, 주사기, 다양한 모양의 그릇까지 요즘에는 일회용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실로 1회용품 홍수시대이다. 1회용품 중에는 한번 쓰고 ...
    Views17200
    Read More
  20. 라떼는 말이야~

    나는 라떼를 좋아한다. 블랙은 매번 도전을 해 보지만 취향이 아니고 아직은 촌스러워서 달달한 커피가 좋다.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갈아서 만드는 라떼는 부드럽고 단맛이 혀 끝에 닿으며 기분을 up 시켜 주어 좋다. 지인들은 첨가물 없이 커피를 즐기며 한마...
    Views177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