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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jpg

 

 

3년 전 여름, 비가 몹시 쏟아지는 날이었다. 한아름 마트에 들렀다가 차를 후진하면서 승용차 문을 ‘살짝’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줄 알고 후진 기어를 넣었는데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 차를 세워보니 그곳에 까만색 승용차가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인 손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한참 동안 나는 후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후진을 하려면 항상 불안하고 두려웠다. 오래전,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일이다. 어느 날, 교육전도사 시절에 신앙을 지도하던 “문기용”이 교회를 찾아왔다. 어리기만 하던 아이가 버젓한 직장인이 되어 ‘옛 스승이라.’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참 대견했다. 고맙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용”은 우리 부부를 태릉에 한 “오리전문” 식당으로 안내했다. 맛있는 오리요리와 더불어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이제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다. “목사님,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그래, 고맙다. 다음에 또 만나자.” 인사를 건네고 서로 자신이 몰고 온 차에 올랐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후진 기어를 넣고 힘차게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퍽”하는 소리에 놀라며 차를 멈췄다. 나란히 세워두었던 “기용”의 차와 내 차가 서로 후진을 하며 부딪친 것이다. 내려 보니 내차는 ‘멀쩡’한데 기용 차 뒷 범퍼는 박살이 난 상태였다. 제자는 “괜찮다.”며 떠나는데 나는 얼마나 미안하던지. 식사 대접을 하고 차까지 망가져서 가는 제자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차가 전진 할 때 보다는 뒤로 ‘Back’할 때가 더 위험하다. 앞으로 전진 할 때 보다는 뒤로 물러설 때에 시야가 극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 갈 때에는 최선을 다해 땀을 쏟으면 그뿐이다. 일단 그 목표에 다다르게 되고 “성공”하는 그 순간부터 더 큰 위험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비약 같지만 성공하는 것보다 그 성공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치 산행을 할 때에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한 원리와 같다.

돌아보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참 많다. 멋져 보인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다운 인격과 아량을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언젠가 자신의 아들을 힘들게 했다고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가해자를 구타한 사건이 구설수에 올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가의 일이다. 일생동안 모본적이고 존경할만한 목회를 하셨는데 마지막 은퇴시기에 과욕을 부리시다가 성도들을 실망시키고 교회를 어렵게 하는 일들이 심심찮게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아니 어떤 분은 은퇴를 하시고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군림(?)하시면서 후임목사님의 목회를 버겁게 하는 분도 계셔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을 털고 물러서는 것이 몹시 어려운 모양이다.

남아프카 공화국에 “넬슨 만델라”를 생각한다. 그는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항하여 인권운동을 펼치다가 27년간의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으면서도 출옥한 이후 그는 전혀 보복하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하는 민족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연임열망을 뒤로하고 그는 단한번의 임기를 끝으로 권좌에서 물러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톤”은 어떠한가? 그는 대통령직을 3선이나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가 주어졌지만 깨끗이 사양하고 물러나 미국 정치에 새장을 열어주었다. 그는 지금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을 받고 있다.

더 누릴 수 있음에도, 그 자리에 단맛을 더 느끼며 살 수 있음에도 홀연히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분이 진짜 성공한 사람이요, 위대한 분이 아닐까? 등산보다 하산이 더 중요하듯이 전진보다 후진이 더 위험하듯이 성공보다 어느 순간 그 자리를 포기할 줄 아는 지혜와 인격이 있는 분을 우리 모두는 고대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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