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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5 14:23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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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jpg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목사님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 쪽에서 “어허, 김사장!” “아하, 박 사장!” “이거 참. 반갑구만 반가워요. 반갑구만 반가워!” 소리가 들렸다. 여자 성도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드라마의 대사를 흉내 내며 내뿜는 소리였다. 한참을 웃었다. 담임 목사님은 영문을 몰라 내 표정을 살피며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드라마의 한 장면임을 설명해야 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미국에 살아도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사실을. 또한 누구나 드라마 속에 들어가고 싶은 숨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응팔”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작가의 위력이다. 한국 드라마의 대표적인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시대의 흐름을 알고 대중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감각을 지녔다. 김수현의 대사는 단문이다. 센스가 있고 엣지가 넘친다. 후려치는 대사가 감칠맛이 있다.

 

 그런데 홀연히 기가 막힌 작가가 등장했다. “응팔” 작가는 “이우정”이다. 그녀는 원래 예능작가로 출발한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1박 2일”의 각본을 쓰며 명성을 날리고, “꽃보다 할배”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더니, 이제 “응팔”에서 지존 작가의 이름을 굳히는 듯하다. “응팔”은 평범한 “쌍문동”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왜 하필 “쌍문동”일까? 나는 서울에 오래 살아서 “쌍문동”의 정서를 안다. 서울에서 의정부로 빠져 나가는 길목에 쌍문동이 위치해 있다.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청량리나 서울역, 영등포을 거쳐 정착하는 제 2의 안정지역이 “쌍문동”이다.

 

 쌍문동에서 태어난 “덕선, 정환, 선우, 택, 동룡”이 스스럼없이 사춘기를 함께 보내며 엮어가는 다반사는 실로 좌충우돌이다. 선머슴 같은 “덕선”(혜리)의 연기는 드라마의 흐름을 주도한다. “혜리”는 “걸스데이”의 멤버이다. 혜리가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에서 교관에게 ‘이이잉’ 애교를 보여주던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만큼 혜리의 연기는 계산된 것이라기보다 센스 그 자체이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풋풋한 그들의 우정. “덕선”을 둘러싼 “정환, 택”이의 순수한 삼각관계 짝사랑은 실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사랑”이다. “덕선과 결국 누가 결혼을 하느냐?”에 대하여 안달하게 만드는 승부욕(?)까지 자극한다. 아내와 나는 보이지 않는 내기를 걸고 드라마를 보고 있다.

 

 첫 방송에서 ‘19금’을 넘어서는 장면과 대사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응팔”은 고공 시청률을 유지하며 ‘쌍팔년도’의 추억을 수놓아간다. 빚보증으로 반 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착한 40대 은행 가장의 고충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복권에 맞으면서 인생 역전을 한 가정의 여유(?). 불의의 사고로 가장을 잃고 두 아이를 키워가는 젊은 아낙의 애환. 그런 틈 사이에 백전백승 바둑기사 “최택” 그리고 우직한 아버지를 등장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몇몇 인물 외에는 전혀 인지도가 없는 무명의 탤런트들을 등장시켜 “응팔”은 신선도를 유지한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아, 맞아. 그땐 그랬지!”하고는 추억에 젖어든다. 세밀하고도 예리하게 일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1986년 나는 결혼을 했다. 다음해 아이가 태어나며 아빠가 되었다. 1987년 고대하던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에서 부목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1988년 올림픽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30대를 만끽했다. 열정, 낭만, 포부 그렇게 달려 나가던 시간이 바로 그때였다. 돌아가고 싶은 변혁기가 “88년”이었다.

 

 이 드라마는 내일(16일)로 막을 내린다. “덕선”이 누구와 결혼을 하는지도 이 칼럼을 읽어나갈 때 즈음에는 드러나겠지! “응답하라, 1988!” 소리쳐 불러도 우리는 지금 2016년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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