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89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월급봉투.png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르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손맛이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쉽다. 월급이 통장에 오래 머물러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이 벌면 어찌 그리 지출항목은 많고 많은지. 실로 월급은 통장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야속하기 그지없지만 한 달 만에 또다시 찾아오는 월급을 받아들며 삶의 시름을 잠시 잊는다.

 

 나의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셨다. 멋진 제복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그려진 모자를 쓰시면 그 누구보다 보무당당하고 멋지셨다. 매달 말이 되면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한 모습으로 퇴근을 하셨다. 가슴팍에 노오란 봉투를 담고 말이다. 마중하는 어머니를 향해 아버지는 그 봉투를 내어 미셨고 살림 잘해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봉투를 받아들고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 이 월급가지고 할 살림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어머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알았다. 여자는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머니는 안방에 들어가셔서 봉투에 든 월급을 쏟아놓고서 외상값 계산부터 하셨다. “이것은 쌀집에 주고, 가게에, 이것은 계돈내고 등등그러다가 어머니 입에서는 한숨이 나왔다. “애고~ 이것 갖고 어떻게 살아야지?” 어린 내 눈에는 저렇게 많은 돈을 앞에 두고 근심 섞인 표정을 짓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호기심 많은 나는 엄마 옆에 앉아 아버지가 가져온 월급봉투에 적힌 명세서를 읽어 내려간다. 봉급, 수당 조항부터 뜻 모를 항목이 깨알 같이 박혀있었다. 그 당시에는 월급봉투를 어머니에게 건네는 아버지가 꽤나 존경스러웠다.

 

  대학에 떨어진 후 한동안 백수로 살아야 했다. 장애가 있어 남들처럼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재수할 형편도 못되어 기타와 라디오를 벗 삼아 긴긴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마 그때가 내 생애 가장 더디 간 긴 시간으로 기억된다. 고교 동창 절친 장배는 일찌감치 아버지가 다니는 대한항공에 취업을 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참 부러웠다. 그 친구의 월급날이 되면 내가 오히려 바빴다. 모처럼 맛있는 저녁도 먹고 술 한 잔도 기울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수인 나를 여전히 챙기는 친구의 의리가 행복했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을 그가 가끔은 그래서 그립다.

 

  22살 하나님의 강권적인 섭리로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신학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갑자기 성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유년주일학교 전도사 임명을 받았다. ‘내가 전도사님이라고?’ 열심히 한 달을 사역 한 후 담임 목사님이 교역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내어 민 노오란 봉투. 사례비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받아보는 봉급이었다. 집에 와서 세어보니 7만원이었다. 그때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성직이기에 사례비이지 월급이었다. 미국은 주급이 익숙하지만 월급봉투를 기다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스텔라 장이라는 가수가 있다. 중학교 때 프랑스로 유학을 갈 정도로 음악의 귀재이다. 얼마 전에 그녀가 발표한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노래가 가슴에 들어왔다.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 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난 그대 없인 살 수 없어 왜 자꾸 나를 두고 멀리 가 가난한 내 마음을참 요사이 젊은이들의 감성은 천재적이다.

 

  받아들 월급을 기대하고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그대가 있어 세상은 오늘도 순조롭게 순항되고 있다. 스치는 월급이 아니라 한동안 머물러줄 때가 오기를 고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래서 행복하다.

 


  1. 이런 마음을 알기는 하니! 10/8/2011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
    Views72594
    Read More
  2. 이때 부를 노래가 없다니 7/26/2014

    한국인들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한국 사람들은 다 어디서나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노래실력은 평가(?)를 받으며 발전되어 갔다. 한국에 살 때에 나는 &ldqu...
    Views62586
    Read More
  3.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5273
    Read More
  4.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5036
    Read More
  5. 음악은 인생의 친구 1/28/2011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고 추구하는 성향이 다르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음악이다. 좋아하는 장르는 다양하겠지만 음악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삶의 조미료 역할을 감당하며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아가가 엄마 뱃속에...
    Views71822
    Read More
  6.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2861
    Read More
  7. 음식맛은 장맛 3/23/2014

    갑자기 어린 시절, 집집 툇마루에 걸려있던 메주가 떠올랐다. 이제 제법 작가의 영감이 찾아온 모양이다. 흔히 사람들은 범상한 기준보다 떨어지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향해 메주덩어리에 비유한다. 메주가 들으면 화를 낼 일이다. 메주가 만들어지기까지 들...
    Views68314
    Read More
  8. 은총의 샘가에서 현(絃)을 켜다

    “엄마… 같이 죽자!” 어린 신종호는 면회 온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엄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눈이 빨개졌다. 장애가 있어 외할머니 등에 업혀 학교를 다녔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생업에 매달려 바쁜 가족들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 없...
    Views8148
    Read More
  9. 윤슬 =2024년 첫 칼럼=

    아버지는 낚시를 즐기셨다. 공직생활의 여유가 생길때마다 도구를 챙겨 강을 찾았다. 지금처럼 세련된 낚시가 아닌 미끼를 끼워 힘껏 강으로 던져놓고 신호를 기다리는 “방울낚시”였다. 고기가 물리면 방울이 세차게 울린다. 아버지는 잽싸게 낚...
    Views4184
    Read More
  10. 위기는 스승이다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Views26388
    Read More
  11. 월남에서 돌아온 사나이

    2018년 봄. 후배 선교사로부터 집회요청을 받고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었다. 베트남 행 비행기 안에서 초등학교 때 추억이 삼삼히 떠올랐다. 베트남?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월남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월남에서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이야기...
    Views27327
    Read More
  12.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8925
    Read More
  13.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5966
    Read More
  14. 웃으면 행복 해 져요! 9/22/2010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웃음은 “만국공통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
    Views69845
    Read More
  15. 웃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게 주어진 은총이다. 태어나 요람에 누우면 부모의 숨결,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이를 만난다. “엄마해 봐, 아빠 해봐” 수만번을 어우르며 외치다 보면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린다. 말을 시작하며 아이는 소통을 시작한...
    Views7748
    Read More
  16. 울고 싶을 때는 울어야 산다

    인생을 살다보면 억울하고 답답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있다. 내 불찰과 잘못으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순항하던 내 삶에 난데없는 사람이나, 사건이 끼어들면서 어려움을 당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정작 울려고 하는데 눈물이...
    Views54269
    Read More
  17. 우리들의 천국 8/9/2010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제한 받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며 살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좋아...
    Views78742
    Read More
  18. 우리도 짝을 만나고 싶다 6/11/2013

    장애인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장애인들의 결혼을 위해 “미주 밀알 결혼상담소”를 개설한지 어언 6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 “상담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내가 소장을 맡아 ...
    Views70036
    Read More
  19. 우리 애가 장애래, 정말 낳을 거야?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모든 부부의 바램이다. 임신소식을 접하며 당사자 부부는 물론이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다 축하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태아에게 장애가 발견되었을때에 부부는 당황하게 된다. ‘낳아야 하나? 아니면 다른 선택을 ...
    Views19496
    Read More
  20.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7342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